[출향인사를 찾아서] '구미 출신'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 "北 내부 곪아터지기 직전…통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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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8 08:32  |  수정 2023-06-28 08:32  |  발행일 2023-06-28 제25면

백승주2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소문난 마라톤 예찬론자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을 때 그는 무작정 달리고 또 달렸다.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출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거쳐 잠수대교와 한강대교까지 쭉 달리고 나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온몸은 녹초가 되어 버리지만 이상하리만치 정신은 칼칼하게 맑아진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바쁜 일상에서도 마라톤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론·행정 겸비한 안보통
최연소 국방차관 타이틀

"美·中 대립 속 국제 정세 급변
尹정부, 韓·美 동맹 우선하면서
中·러와의 관계 함께 고민해야
전쟁기념사업회는 '공공외교役'
해외인사들 접촉 우호협력 확장"

◆구미지역 마라톤 동호회 정회원

그가 마라톤을 처음 시작한 것은 제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16년 경북 구미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다. 출석 일수 채우기 등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이 있었지만 악착같은 의지로 통과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봐주기는 없었다.

"처음에는 죽을 지경이었어요. 산악 마라톤을 하는데 호수 주변으로 돌아가서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반복하는데, 어찌나 힘든지 마라톤을 갔다 오면 쓰러져서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랬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이제는 모든 과정을 즐기면서 하고 있죠."

그가 생각하는 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하나의 화두를 잡고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해 달리다 보면 몸은 힘들지만, 형언 못 할 만큼 기분이 좋아집니다. 거기다 체력에 대한 자신감까지 생기니 일석이조의 효과죠."

◆이론·행정 겸비한 안보 전문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안보 전문가다. 한국국방연구원 산하의 북한연구실장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지냈다. 안보연구를 해온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2013년 3월 최연소 국방차관으로 선임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사회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부쩍 잦아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내부 쿠테타 등으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는 어떠할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는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는 동맹을 우선하는 외교적 입장을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미관계를 중요시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미래 관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알리는 '공공외교' 활동

전쟁기념사업회는 전쟁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평화통일의 여건을 조성하려는 취지로 설립된 단체다. '전쟁기념사업의 법'에 의해 설립된 법정기구로 220명의 직원이 연간 25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비교적 큰 규모를 자랑한다.

사업회는 크게 네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쟁자료를 전시 및 연구한다. 또 전쟁관련 문화예술활동을 펼치고, 참전용사의 명예 고양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수행한다. 특히 백 회장이 주력하는 것은 한국을 방문한 해외인사를 대상으로 펼치는 공공외교다.

"제가 국방부 차관으로 재임할 때 200회 이상의 차관회담을 가졌어요. 그 연장선 상에서 다양한 해외 인사와 만나 우리나라를 알리고,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일, 갑자기 찾아올 수도

우리나라는 현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통일 꼭 해야 하나' '골치 아픈 북한과 꼭 같이 살아야 하나' '막대한 통일비용은 누가 감당하나' 등의 불평 섞인 말들이 나오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젊은이들의 생각에 백 회장은 단호했다.

"남북통일은 대한민국 헌법조항에 명시된 국가적 명제입니다. 따라서 언제 찾아올지 몰라도 통일을 준비하고, 미리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백 회장은 특히 핵을 가진 북한이 외견상으로는 튼튼해 보이지만 실제 내부적으로는 곪아서 터지기 직전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정부가 북한의 내부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사례를 들어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독일 통일은 누구도 예측 못 한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어요. 하지만 독일 행정부는 일찌감치 통합을 준비해 혼선을 줄였습니다. 우리 정부도 통일 어젠다를 만들고 군사·경제적으로 각 부처가 북한을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미리미리 통일을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안보, 박근혜 대통령 큰 업적

K콘텐츠, K헬스, K뷰티 등 한국의 기술과 정신으로 만든 K상품이 전 세계에서 선방하고 있다. K방산 역시 폴란드와 수십 조원의 무기계약에 성공하고, KF-21 비행에 성공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아졌다. 백 회장은 K안보의 핑크빛 뉴스 이면에는 누구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보잉과 록히드 마틴 등에서 항공기를 구매해 오는 상황이었는데, 한국 항공산업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제작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전임 정권에서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는데, 박 전 대통령은 '비행기 개발하세요'라고 결정했습니다. 안보 분야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이 정말 컸습니다."

이 밖에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군 정신전력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군정신전력원'을 만든 것,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 확장 등으로 국가의 안보적 실익과 내실을 챙긴 것 등을 박 전 대통령의 우수한 안보정책으로 꼽았다.

젊은층 식어가는 관심
통일은 헌법에 명시된 명제


"정부 北정세 면밀히 파악하며
부처별로 통합 준비 작업 필요
박근혜 대통령 'K방산' 밑거름
미루던 KF-21 개발 착수 결단
카디즈 확대 등 안보 내실 강화"

◆내고향 구미 장천면 오로리

백 회장의 고향은 구미 장천면 오로리다. 군위와 접경한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은 가족처럼 오순도순 살아간다. 국회의원, 대학 부총장, 기업가 등 저명한 인물도 다수 배출됐다. 그는 고향을 떠올릴 때마다 그림엽서가 떠오른다고 했다. 밭일하던 부모가 고향마을 어귀에 들어선 자신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처럼 뇌리에 새겨져 있다는 것.

하지만 인구감소는 그를 아프게 한다. 대구경북은 심각한 인구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경북은 구미·포항·경산을 제외하면 애 우는 소리를 들어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의 고향인 구미의 인구도 5월 기준 40만6천785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에 있다. "인구소멸의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면서 대구경북도 위기에 봉착했어요. 이런 때에 대구경북신공항은 중요한 변화의 모티브가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물류 전문가를 영입하고 공항이용 절차와 비용을 줄여 가능한 많은 이들이 찾아오도록 함으로써 서울 남부지역의 물류를 신공항으로 몰려들게 한다면 충분히 게임체인저가 될 승산이 있습니다."

글·사진=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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