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를 찾아서] '대구 출신 기업인' 〈주〉미코그룹 하태형 부회장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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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1 08:41  |  수정 2023-11-01 08:41  |  발행일 2023-11-01 제25면
"취임 첫날 '매출 10배' 공언…임직원,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듣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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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미코그룹 부회장은 좋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비전 제시'로 꼽았다. 임직원에게 높은 목표치의 비전을 밝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끊임없이 불어넣으며, 화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미코그룹 하태형 부회장은 다이나믹한 인생의 주인공이다. 누구나 가는 쉬운 길, 평범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오롯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도전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와 카이스트 석사를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여기까지는 착실한 모범생의 전형이었다. 6년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증권 현장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면 학계나 연구소로 취업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새로운 길을 개척한 셈이다. 이후 투자자문 대표,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현대경제연구원장, 율촌연구소장, 미코파워 대표 등 자신만의 길을 찾아 도전하고, 개척했다. 하 부회장은 "다양한 곳에서 수많은 사람과 소통한 제 인생 궤적이 요즘 같은 융합의 시대에는 더 맞는 듯하다. 젊은이들에게 늘 도전하는 자세로 인생에 직면하라 권하고 싶다"고 했다.

◆'비전'과 '화합' 심는 경영인

미코 임직원은 2019년 1월1일, 수원시 광교 호수 주변을 걷고, 새해 첫 떡국을 먹었다. 하태형 부회장이 취임한 첫날이었다. 하 부회장은 당시 2025년까지 현재보다 10배의 매출을 약속했다.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지만, 실제로 그 말을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 중소기업이 무슨 수로 수직적 도약을 한다는 말인가'라는 의심이 직원들에게 있었다.

아직 그가 정해둔 시한은 남았지만 그날의 약속은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다. 당시 3천억원대에 머물던 매출은 올해 벌써 1조원을 돌파했다. 하 부회장은 "뒤에 들은 얘긴데 그날 직원들이 겉으로는 탄성을 내지르고, 좋아했지만 속으로는 뜬구름 잡는 얘기로 흘렸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저 사람의 말이 정말 가능할 수 있겠구나 하는 단계가 됐다"라고 말했다.

"제가 능력이 특출난 것은 결코 아니고요. 저는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비전 제시'라고 생각합니다. 멀리뛰기를 하더라도 시야가 높은 곳을 향해 있어야 절반이라도 뛸 수 있듯이, 목표가 낮게 설정이 돼 있으면 그 이상은 할 수 없는 거죠. 직원들에게 높은 비전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또 그들이 가지지 못한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직원들이 서로 뭉치게 한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미코그룹이 짧은 시간 비약적 성장을 이룬 비결에 대한 하 부회장의 설명이다.


지도자 최고 덕목은 '비전 제시'
목표 달성 자신감도 불어넣어
단기간 비약적 매출성장 비결

즐기는 마음으로 도전 응하면
성공적인 인생 펼칠거라 생각

나고 자란 대구는 영원한 고향
꼰대 도시로 폄훼 가슴이 아파



◆'째깍째깍' 돌아가는 수소경제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은 최근 커다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시점이다. 석유·석탄과 같은 전통 화석 에너지가 쇠락하고, 태양력·풍력·원전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되고 있다. 미코의 주력 분야인 '수소' 역시 차세대 그린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 부회장은 "수소 생태계는 크게 수소를 만드는 것과 수송·저장·활용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수소를 전기로 전환하는 활용 부분이라는 것"이라며 "저희 미코파워는 수소를 전기로 바꾸는 핵심 장치인 연료전지(SOFC)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코그룹은 현재 에너지, 바이오, 반도체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미코파워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수소 연료전지 기업으로, 국내 최초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수소산업의 가장 핵심인 원천기술을 순수 국내 기술로 획득한 것이다. SOFC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세계적으로 미코파워와 더불어 블룸에너지(미국), 세레스 파워(영국), 솔리드 파워(독일), 교세라(일본) 등 5곳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외 수소 관련 콘퍼런스에 가보면 참여하는 기업 숫자가 점점 더 빨리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전 세계에서 수소경제로 가는 수레바퀴는 이미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즐기는 마음으로 도전해야"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세계 경제에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 특히 예상과는 달리 오래 갈 것으로 보이는 고금리는 기업활동에 매우 위협적 요소로 다가온다.

"사실 굉장히 어렵죠. 그동안 중국이 전 세계 공장 역할을 하면서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할 수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예상치 못한 공급망 사슬이 깨어져 버리게 됐고,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이 담당해온 세계공장이라는 역할이 지금 무너지고 있는 거거든요."

고물가, 고금리에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 압박이라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놓여 있지만 그리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다. 하 부회장은 "생각해보면 좋았던 시기는 잘 없고, 거의 항상 어려웠던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도, 중국도, 유럽도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힘든 속에서도 한민족의 저력대로 열심히 해 나가다 보면 제조업 강국 한국의 위상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하 부회장은 "인생의 매순간이 변신을 해야 하는 일이고, 도전을 두려워하면 못한다. 저는 변신을 하는데 한 번도 주저한 적이 없다"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앞으로 어떤 인생의 궤적을 그려나갈지 모르지만 도전은 다가올 것이고, 흔쾌히 즐기는 마음으로 도전에 응한다면 성공적 인생을 살아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이 한국경제 견인"

하 부회장에게 고향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큰 숨을 몰아쉬고, 눈을 지그시 감은 뒤 고향 이야기를 풀어냈다. "고향은, 제게 영원한 고향이지요." 하 부회장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남구 대봉동과 대명동의 풍경을 비롯해 최애하는 '미성당 납작만두', 대구에서 만났던 수많은 인연을 또렷이 기억했다.

"누가 뭐래도 대구경북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를 견인한 주역이었습니다. 보수의 심장인 것도 사실이고요. 대구가 그처럼 중요한 도시였음에도 자꾸만 '꼰대' '보수'로 폄훼되는 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한국 사회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독한 불균형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은 하루가 다르게 비대해지고, 지방은 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 부회장은 지방 살림이 쇠락한 원인으로 '고교평준화 정책'을 지목했다.

"고교평준화 정책은 사교육을 없애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했지만 좋은 인재의 '인서울'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지방과의 격차를 더 벌려놓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습니다. 지방의 우수한 명문고가 부활해야 좋은 인재들이 지역에서도 꿈을 펼칠 수 있고, 나아가 지방대학으로 인재의 선순환이 이어져 지방경제의 실핏줄이 살아나는 퍼즐이 맞춰질 겁니다."

글·사진=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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