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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의 플리마켓에서 중고물건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 |
'플리마켓'(벼룩시장)이란 잘 사용하지 않는 중고품 등을 갖고 나와 매매나 교환을 하는 시장을 일컫는다.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비 존슨은 중고 옷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새 제품은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 얼마나 잘 버틸지 불확실한 상태로 사지만, 중고는 이미 시험을 거친 옷들이다." 이런 실용적인 매력 외에도 누군가에게 쓰임이 다한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측면에서도 중고시장은 의미가 있다. 낡은 물건에 담긴 추억을 공유하면서 말이다.
◆온·오프라인 넘나드는 중고시장
중고거래가 일상 속에 조금씩 자리를 잡으면서 중고시장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중고거래' 및 '중고거래 플랫폼'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67.1%)이 중고물품에 대한 거부감이 예전보다는 덜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6%가 중고물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으며, 최근 1년 이내에 중고물품을 구매한 경험도 54.9%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응답자의 73.2%가 앞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중고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고거래 활성화의 한 이유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온라인 공간에서 손쉽게 중고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온·오프 넘나드는 중고시장
당근마켓·중고나라 플랫폼 등장
비대면 거래 쉬워져 더욱 활성화
각 나라 중고장터 관광명소
'미드나잇 인 파리' 촬영지 생투앙
골동품·앤티크 애호가 필수코스
핀란드, 디자인 뛰어난 물품 가득
美 샌프란시스코는 힙한 분위기
과거에는 무조건 '새것'이 최고라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이 중고거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이유는 뭘까. 고물가시대에 중고거래가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이기 때문(68.9%)이라는 답변이 많았지만, '윤리적 소비행동으로 인식된다'며 또 다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응답(50.3%)도 적지 않았다.
오프라인에서도 중고거래는 꾸준히 이뤄져 왔다. 오프라인의 중고거래는 온라인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물건을 직접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류를 비롯해 중고물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국내 시장으로는 서울의 동묘시장, 부산의 국제시장, 대구의 관문시장 등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공원이나 지하철역 등 다양한 공간에서 플리마켓이 개장해 상인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도 집안의 소소한 중고물품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고물품 기부·구매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소외계층을 돕는 비영리 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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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생투앙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parisjetaim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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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하이트 애시베리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이곳에는 중고 의류점 등 독특한 분위기의 빈티지 마켓이 많다. |
◆외국의 중고시장들 "여행객들 발길"
역사가 오래된 외국의 중고시장은 어느덧 여행객들이 찾아가는 특별한 공간이 되고 있다. 각 나라의 역사와 개성이 담긴 플리마켓이나 빈티지숍을 찾아 구경하는 것이 여느 유명 관광지를 가는 것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유럽에서는 상설 혹은 주말 벼룩시장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여행객들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유명한 벼룩시장이 몇 곳 있다. 이른바 파리 3대 벼룩시장(방브·생투앙·몽트뢰유)이다. 그중 생투앙 벼룩시장은 파리를 배경으로 한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의미 있게 나온다. 파리 벼룩시장에서는 저렴한 물건부터 가격대가 비싼 중고 명품이나 골동품 등 여러 빈티지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꼭 물건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앤티크 찻잔과 접시, 식기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을 사로잡는 다양한 중고물건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파리 외에 프랑스의 소도시들에서도 주말이면 광장에서 작은 벼룩시장이 열리곤 한다.
핀란드 헬싱키에선 '히에타라하티 마켓'이라는 벼룩시장이 유명하다. 어디를 가나 조용한 핀란드에서 가끔 사람들의 북적임이 그리워지면 히에타라하티 마켓을 찾으면 된다. 이 시장은 광장에 꽤 큰 규모로 펼쳐져 있는데, 각각의 부스에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중고물품을 가져다 팔고 있다. 각종 생활용품을 비롯해 중고 옷과 가방,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다. 당장 사용해도 될 정도로 실용적인 물건도 적지 않다. 중고물건 중에는 한눈에 봐도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오래된 물건도 있는데, 그런 물건들에서는 핀란드인들의 절약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디자인의 나라답게 뛰어난 디자인을 자랑하는 중고물건도 찾아볼 수 있다. 잘 고르면 '득템'도 가능하다. 트램 정류장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헬싱키를 처음 간 사람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히에타라하티 마켓 외에도 헬싱키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중고마켓을 만나볼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하이트 애시베리 거리'는 히피 문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자유롭고도 독특한 분위기의 이곳 거리에는 빈티지숍이 이어져 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정말 많지만, 빈티지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은 여행 일정을 쪼개 하이트 애시베리 거리를 찾곤 한다. 옛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된 '힙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다. 그곳에서 빈티지 의류나 소품, 중고 LP 등을 구경하다 보면 과거의 샌프란시스코 감성이 전해지는 듯하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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