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애물단지’ 전락한 대구 순종황제 동상…중구청 “철거 검토”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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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6  |  수정 2023-07-05 17:02  |  발행일 2023-07-06 제2면
중구청, 달성공원 앞 순종황제 동상 철거 검토

인근 공동주택 6천세대 입주, 교통 방해 이유

2013년 순종 남순행 모티브, ‘친일 미화’ 논란
[속보]‘애물단지’ 전락한 대구 순종황제 동상…중구청 “철거 검토”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대구 달성공원 앞 순종황제 동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대구 중구 순종황제어가길에 조성된 높이 5.5m의 순종황제 동상. 중구청 제공.

 역사 왜곡 논란을 빚었던 '순종 황제 동상'이 철거될 전망이다.

 대구 중구는 달성공원 앞 순종 황제 어가길(중구 수창동~인교동 2.1km)에 조성된 동상을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이 일대에 5천 가구 규모 공동주택 신규 입주가 임박하면서, 통행 등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순종 황제 동상'은 2013년 도시활력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순종 황제 어가길을 조성하면서 건립됐다. 1909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남순행(南巡行) 중 대구를 다녀간 것을 모티브로 삼았다. 어가길의 끝 지점에는 대례복을 입고 있는 5.5m 높이의 금빛 순종 황제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이 사업은 조성 전부터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순종의 남순행은 단순한 시찰이 아닌 반일 감정 무마를 위해 일제가 순종을 앞세워 대구·부산 등으로 끌고 다닌 '치욕의 역사'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중구는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맞섰지만, 논란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논란 속에 순종황제 어가길은 관광지 기능을 잃고 사실상 방치되면서 흉물론 전락한 지 오래다. 관광객은 물론, 지역 주민도 이곳에 순종 동상이 있는 이유를 모를 정도다. 또 어가길 조성과 동상 건립으로 인해 달성공원 앞 왕복 4차선 도로도 2개 차로가 줄면서 극심한 차량 정체로 인해 주민 불편도 컸다.

 이 같은 까닭으로 중구의회도 지난달 21일 행정 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순종 황제 동상의 철거를 촉구한 바 있다.

 류규하 중구청장도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달성공원 인근에 공동주택이 많이 들어오면서 교통 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할 것 같다. 동상을 철거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구는 2027년까지 2천200억원이 투입되는 대구시의 달성토성 복원사업과 발맞춰 어가길의 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때 순종 황제 동상의 철거도 이뤄질 전망이다.

 중구 관계자는 "달성공원 인근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교통 불편 등이 예상됨에 따라 순종 황제 동상의 철거를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예산 규모가 컸던 사업인 만큼 여러 가지 문제로 실제 철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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