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병원-택시업계 주차 논란, 상생합의로 '마침표'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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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31 18:03  |  수정 2023-07-31 18:19  |  발행일 2023-08-01
28일 간담회서 병원 내 택시 영업·주차 질서 확립 한뜻

영남대병원 현수막 게시로 수십년 해묵은 갈등 재점화

주차요금 징수에 정문하차 맞서, 대구시 중재로 갈등 해소
영남대병원-택시업계 주차 논란, 상생합의로 마침표
대구 남구 대명동 일원에 자리 잡은 영남대학교병원 전경. <영남대병원 제공>

파국으로 치닫던 영남대학교병원과 대구 택시업계의 '주차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양측은 대화를 통해 갈등의 끝이 시민 불편이라는 데 공감하고, 지역 상생 분위기 조성에 뜻을 모았다.

31일 영남대병원과 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대구시·영남대병원은 지난 28일 간담회를 갖고 병원 내 택시 영업 및 주차 질서 확립에 협력하기로 했다.

1983년 대구 남구 대명동 일원에 들어선 영남대병원은 초창기부터 택시 주차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현재 영남대병원 내 택시 대기 공간은 9면이다. 하지만, 정식 주차면 뒤로 꼬리에 꼬리를 문 '빈 차 택시' 행렬이 이용객 불편은 물론 환자 운송까지 방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여러 노력에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영남대병원은 결국 택시 상대 주차 요금 징수라는 '초강수'를 뒀다. 병원은 지난 7월1일부터 병원 내 주요 도로에 '영업용택시에 일반 고객 수준(20분 무료 후 800원, 10분당 500원)의 주차 요금을 거두겠다'라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택시가 병원 주요 도로를 점령해 이용객 불편은 물론 구급차 통행에도 애를 먹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루 평균 병원을 통과하는 '빈 차 택시'가 2천~3천대에 달한다"며 "그동안 계도·안내·사정까지 했지만, 해결이 안 됐다. 오죽하면 주차비를 받겠다는 생각을 했겠냐"고 토로했다.

병원 측의 강경 대응에 택시업계도 '정문 하차'로 맞섰다. 대학병원에서 택시를 상대로 주차 요금을 받는 행위가 선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영남대병원 정문은 진료실과 도보로 10~15분가량 떨어져 있어, 이대로라면 환자들의 불편은 불 보듯 뻔했다.

양측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자 대구시가 중재에 나섰다. 현장 답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한 대구시는 영남대병원과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간 만남의 자리를 주선했다. 대화를 통해 갈등의 실마리를 함께 찾자는 의미였다.

지난 28일 영남대병원에서 이들의 만남이 이뤄졌고, 해묵은 갈등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양측은 갈등의 끝이 결국 시민 불편이라는 데 뜻을 함께했다. 택시업계는 앞으로 병원 내 주차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 교육을 약속했다. 재발 시 병원에 조합 직원을 상주시켜 계도에 나서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병원 측도 조합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환영 의사를 밝히며 갈등의 원흉이던 현수막을 뗐다.

정창기 대구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병원 측의 고충이 상당 부분 이해가 됐다. 병원 이용객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조경재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갈등으로 시민 불편이 있어선 안 된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해묵은 갈등이 해소된 만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의 길을 찾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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