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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대구 중부청소년경찰학교. 무릎을 꿇은 중학생 A군이 어머니의 발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흐느꼈다. A군은 지난달 초 무절제한 휴대폰 사용을 부모에게 제지받자, 동생을 흉기로 위협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날 부모와 함께 중부경찰서의 가족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A군은 마지막 차례인 세족식에서 참회의 눈물을 쏟아냈다.
A군은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며 "발을 씻겨드리는 게 처음이었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 중부경찰서가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하는 특화 프로그램(가가호호)을 운영해 주목된다.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교화 및 재범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인데,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A군 가정 외에도 경미한 절도죄로 체포된 초등학생 B양과 C양 가정, 학교 폭력을 일으킨 초등학생 D군 가정 등 모두 4가정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에는 서현석 인천교육청 대안교육센터장이 초빙됐다. 서 센터장은 학교 현장에서 실제 경험을 쌓은 교사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연간 1만2천여명을 교육해 대한민국 스승 상 및 옥조근정훈장을 수훈 받은 베테랑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부모가 자녀의 겨울이다'라는 말처럼 잘못을 저지른 청소년의 단순 훈육에 그치지 않고, 부모를 함께 교육함으로써 가정폭력 및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대화를 통해 부모의 역할과 자녀의 꿈을 교감하고, 부모·자녀 간 눈 맞춤, 포옹에 이어 자녀가 부모의 발을 씻는 세족식 등을 진행했다. 3시간여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소통하지 못했던 가족을 서로 이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아이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다그치기만 했었다"며 "이젠 믿음으로 아이를 감싸고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귀담아 듣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중부서는 앞으로도 가정폭력의 재발 위험이 큰 가족을 선별해 '가가호호' 프로그램을 연중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정근호 중부경찰서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가정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길 바란다"며 "교화 가능성이 높은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가정 등을 대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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