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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열렸던 대구 청년소셜리빙랩 교육에서 참여 청년들이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등 대구가 직면한 문제를 풀 도구로 주목받았던 '대구X청년소셜리빙랩'이 조용히 막을 내렸다. 2017년 화려하게 닻을 올린 지 6년 만이다. 선진국형 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실상은 저조한 참여율과 실적으로 운영 기간 내내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5일 대구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시작한 청년 참여 생활 실험실 '청년소셜리빙랩'을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참여율이 저조한 데다 사업성도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리빙랩'(Living Lab)은 유럽에서 발전한 사용자 주도 개방형 혁신모델이다. 시민이 직접 원하는 정책 서비스를 개발해 스스로에게 공급하는 개념이다. 대구시는 쓰레기난, 주차난 등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청년이 주도, 해결하는 '대구형 청년소셜리빙랩'을 2017년 도입했다.
주로 대학교 동아리나 청년 동호회 등에서 3인 이상 팀을 꾸려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면, 대구시가 역량 강화 교육 및 컨설팅 등을 통해 실현을 돕는 방식이다. 사업 초기 △영남대 앞 공동주택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직관적 분리 수거대 설치 △버려진 플라스틱을 활용한 텀블러 개발 △빈집을 청년 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지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가 이어지며 '선도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 부산과 울산 등에서 대구형 모델을 벤치마킹한 청년소셜리빙랩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정작 대구에선 매년 저조한 참여율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2017년 10개 팀을 시범 운영했던 대구시는 이듬해부터 지원대상을 20개 팀으로 확대했지만, 매해 지원자는 미달했다. 2018년 18개 팀, 2019년 14개 팀, 2020년 16개 팀, 2021년 14개 팀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도 15개 팀에 그쳤다.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겉 포장'에 집중한 탓에 정작 중요한 청년창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6년간 사업에 지원한 87개 팀 중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고작 3개 팀 뿐이다. 이마저도 2개 팀은 현재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창업 지원 등 실무를 담당했던 대구창의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지원금이 충분치 않아 실제 창업 모델 창출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인건비나 사무실 운영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창업 마지막 단계에서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사업이 6년째 지지부진하자 대구시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시는 올해 청년소셜리빙랩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사업 전반에 걸쳐 재검토에 들어갔다. 검토 결과, 사업을 폐지하고 대체 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정숙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청년소셜리빙랩의 참여율,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폐지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대체 사업으로 청년에게 창업특강 등을 제공하는 '대구청년 슬기로운 인생계획 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박영민 수습기자 ympark@yeongnam.com

이승엽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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