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은은하게 빛나는, '야경(夜景)'에 홀리다 (1) 밤을 기다리는 건, 달뿐만은 아니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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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8  |  수정 2023-09-08 09:12  |  발행일 2023-09-08 제11면
쿠알라룸푸르의 트윈타워

어두워질수록 사람들 모여

고층빌딩이 내는 빛에 매료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자연만큼이나 감탄 자아내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은은하게 빛나는, 야경(夜景)에 홀리다 (1) 밤을 기다리는 건, 달뿐만은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 기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꽤 오래 머무른 적이 있다. 대형 쇼핑몰이 많은 전형적인 대도시의 모습을 한 그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야경'(夜景)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그 주변의 밤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걸 보기 위해 찾아온 많은 사람들까지. 설령 그곳이 야경 명소라는 것을 몰랐다고 해도 쿠알라룸푸르에 며칠만 있다 보면 알게 된다. 도시의 어디에 있더라도 밤만 되면 건물들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인다는 것을. 그게 바로 불을 밝힌 쌍둥이 빌딩이다.


저녁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바로 앞에 있는 KLCC 공원에 하나둘 자리를 잡는다. 오후 늦게 KLCC 공원에 가보면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그 일대가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명소인 것이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혹은 혼자서 온 이들은 분수쇼를 바라보거나 산책을 하며 밤이 오길 기다린다. 어둠이 내리면 도시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다. 낮에는 다소 평범하게 보이던 고층빌딩이 은은하게 빛을 밝히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빛이 나는 건물의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 눈에 담는다. 그 특유의 모던하고 심플한 색감을 좋아하는 이들은 몇 시간 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여행객 중에서는 아예 호텔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뷰'로 잡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른 곳보다 비용이 좀 비쌀 순 있지만, 창밖의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두겠다는 그 생각 하나로. 이쯤 되면 야경이 사람을 홀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두운 밤, 마치 예술작품처럼 빛나는 도시의 야경을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밤에 반짝이는 빛과 그 배경이 되는 건축물을 만들어낸 것은 우리 인간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흔히 자연이 만들어낸 풍광에 놀라곤 한다. 때로는 자연의 광활함에 압도당하고, 또 때로는 자연의 색에 매료된다. 그럴 때면 자연 앞에서 인간의 힘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야경은 또 다른 차원의 놀라움이다. 교육과 경험을 통해 '자연적인 것에 대한 긍정, 인공적인 것에 대한 부정'이 의식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아름다운 야경을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감탄을 숨길 수 없게 된다.

밤에 사람을 홀리는 도시들이 있다. 은은하게 빛나는 야경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이에 야경은 여행객들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는 늘 늦은 시간까지 현지인과 여행객들로 붐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저마다의 야경 감상 포인트에서 찍은 사진이 '인생 사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야경은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빛이 반짝이는 도시의 밤 풍경을 화폭에 담은 화가들과 밤을 노래한 음악가들이 그들이다.

프랑스 파리는 낭만적 분위기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화려한 빛으로 매일 밤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잠들지 않는 도시' 미국 뉴욕의 설레는 야경은 또 어떠한가.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만 등의 아시아 나라들도 각각 특색 있는 야경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대구경북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각자 개성을 담은 야경을 선보이고 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지금, 한층 시원해진 밤공기를 맞으며 야경 감상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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