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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0시쯤 도로교통공단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 마련된 외국인 전용 상담 창구에서 한 외국인이 상담을 받고 있다. |
대구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타히르 무하마드(36·파키스탄)씨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고국에서 운전을 경험한 덕에 필기시험만 보면 되지만, 언어의 장벽은 높았다. 하지만, 다음 시험에선 합격할 자신감이 생겼다. 대구에 운전면허 외국인 상담 창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상담을 통해 영어로 된 시험지를 내려받는 방법과 족집게 과외까지 받았다. 다음 시험은 반드시 통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대구지역 외국인들의 운전면허 취득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도로교통공단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 외국인 운전면허 취득 상담 전용 창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창구는 매주 금요일 오전 9~12시 운영된다.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주여성, 교환학생 등 지역 내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 운전면허 취득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운전면허시험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외국인 신규 운전면허 취득은 1천394건이다. 이미 지난해 전체 외국인 운전면허 취득 건수(1천5건)을 훌쩍 넘은 것은 물론, 최근 5년간(2019~2023)으로도 가장 많았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국내 운전면허 취득은 결코 만만치 않다. 언어의 장벽 때문이다. 외국인의 경우 장내기능시험, 도로주행 시험 등에서 시험 감독관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어로 된 시험지를 풀어야 하는 필기시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올해 대구에서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응시한 외국인 2천381명 중 합격자는 절반 수준(1천261명)에 그쳤다. 합격하더라도 변경된 법령으로 우회전 시 운행방법 혹은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이에 대구운전면허시험장은 북구가족센터·강북경찰서와 협업을 통해 지난달부터 외국인 운전면허 취득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합격률 제고는 물론 외국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다. 현재 상담 창구에서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3개 외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경찰로부터 안전한 운전 요령 등 교통사고 예방 교육도 받는다. 전용 창구 개설 한 달 만에 이용 외국인은 100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노유진 대구운전면허시험장 단장은 "외국인 전용 상담 창구가 더 많은 외국인의 운전면허 취득과 안전한 교통문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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