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택시협동조합 탈퇴자들에 날아든 청천벽력…"실업급여 반납하라"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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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5  |  수정 2023-10-24 19:39  |  발행일 2023-10-25 제1면
고용노동부, 택시협동조합원 근로자성 불인정 방침

탈퇴자에 지급된 실업급여 ‘부당이득금’ 판단, 환수 조치

“고용보험도 다 냈는데” 탈퇴자들 소송 준비 돌입
[단독] 택시협동조합 탈퇴자들에 날아든 청천벽력…실업급여 반납하라
지난 19일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택시협동조합원들의 드라이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영남일보DB.

경북 경산의 한 폐기물 업체에서 근무하는 강모(46)씨는 지난 19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온 의문의 등기를 받았다. 불길한 마음을 접어두고 등기를 열어본 강씨는 이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약 2년 전 받은 실업 급여의 일부가 '부당이득금'으로 책정됐다며 350만원 가량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6년부터 약 4년간 대구의 한 택시협동조합에 근무했다. 코로나19 이후 생활고를 겪으면서 물류 업체로 이직한 그는 1년 후 재계약에 실패하며 자연스레 실업급여 대상자가 됐다. 그런데 택시협동조합의 근로자 자격이 상실되면서 해당 기간의 실업급여가 부당이득금으로 바뀐 것이다.

강씨는 "소정급여일수(구직급여를 지급 받을 수 있는 기간)의 경우 당시 고용센터에서 직접 계산해 통보해 준 것"이라며 "근무 기간 동안 4대 보험 등 보험료도 정상적으로 납부했고, 정상 절차를 밟아 받은 실업급여를 2년이나 지난 지금 갑자기 다시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용노동부의 늑장 행정에 택시협동조합 탈퇴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택시협동조합원의 근로자 자격이 뒤늦게 상실되면서 수년 전 조합 탈퇴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수백만원을 토해낼 처지에 놓인 탈퇴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대구고용노동청은 이달부터 대구지역 택시협동조합 탈퇴자들을 대상으로 실업급여 환수 사전통지 및 의견 제출 안내 등기를 발송하고 있다. 근로자 복지공단에서 최근 택시협동조합 근로자들의 근로자성 부인 방침을 확정하면서 후속 조치로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삭제를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삭제를 현재 시점부터가 아닌 과거까지 소급적용하면서 수년 전 실업급여를 받았던 조합 탈퇴자들에게 부당이득금 반환 조치가 내려졌다는 점이다. 강씨도 이 같은 경우에 속한다. 교육 및 구직 신청 등 정상적인 절차를 마친 후 실업급여를 수령했던 조합 탈퇴자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난히 택시협동조합 설립이 활발했던 곳이 대구여서 혼란은 더욱 크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례만 100여명에 달한다. 금액도 근무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수백만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과 일부 사업장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집단 행정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구고용노동청은 단순 행정 착오라는 입장이다. 당시 사업장에서 근로자로 신고했기 때문에 처리를 해줬으며, 이후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돼 다시 환수 조치에 들어간 것이라며 혼란을 사업장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 같은 혼란이 애초에 당국의 오락가락 행정에서 시작된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지침이 바뀐 것이 아니다. 사업장에서 근로자로 신고해서 실업급여를 내줬는데, 나중에 보니 아닌 것으로 확인돼 바로 잡았다"며 "지금까지 근로자가 낸 보험료도 사업장과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계에선 정부가 택시협동조합의 근로자성 부인을 섣불리 진행해 현장의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조합의 출자자라는 이유로 근로자 자격을 배제한 조치는 현실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찬중 공인노무사는 "택시협동조합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속하지 않지만,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등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는 부합한다. 유럽의 경우 협동조합원도 근로자로 인정한 사례가 다수 있다"며 "협동조합원을 단순히 출자자라는 이유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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