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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2시쯤 대구 동성로 일원에서 가벼운 옷차림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27.3℃로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11월 기온으로는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
입동(立冬)을 엿새 앞둔 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일원.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가벼운 옷차림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예상치 못한 더운 날씨에 일부 시민은 겉옷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연신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패딩과 반팔 차림이 공존하는 이색적 광경도 펼쳐졌다.
이날 대구 낮 최고기온은 오후 3시47분 기준 27.3℃로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11월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79년 기록(26.6℃)을 44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평년 낮 최고기온(18.1℃)과 비교했을 때도 8℃가량 높은 수준이다.
직장인 박지원(32·수성구)씨는 "11월인데 초여름 날씨여서 당황스럽다. 집어넣은 여름옷을 다시 꺼내야 하나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경북 대부분 지역에서도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급 '무더운 11월'을 맞았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한낮 최고기온은 경주가 29.4℃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울진 28.5℃, 포항 28.0℃, 상주 27.5℃, 문경 27.1℃, 의성 27.1℃ 등 12곳이 모두 극값(역대 최고수치)을 찍었다. 경북 북부지역인 봉화(23.5℃)와 영주(24.1℃)는 11월 최고기온 기준 각각 역대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고온 현상은 우리나라 남쪽에 자리한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따뜻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기상청은 당분간 기온이 평년보다 2~9℃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주말과 내주 초 비가 내리면서 평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가 그친 뒤에는 바람이 강해지고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조정호 대구기상청 예보분석가는 "남쪽 고기압 영향으로 저위도의 뜨거운 공기가 올라온 데다 햇볕까지 강하게 내리쬐면서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형성되고 있다"며 "포근한 날씨는 주말 비가 내린 후 7일부터 평년 기온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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