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식집사예요"…MZ세대 반려식물 키우기 열풍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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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0 07:38  |  수정 2023-11-20 10:04  |  발행일 2023-11-20 제5면
정서적 교감·안정감 느껴 선호
#'반려식물' 게시글만 114만개
관련시장도 들썩…22% 성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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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반려식물' 게시물. 지난 19일 기준 114만개가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오랜 객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대학생 류모(24·대구 북구)씨는 최근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류씨는 "울적한 시기 시장에서 본 산세비에리아 꽃이 인상적이어서 곧바로 키우기 시작했다"며 "녹색 식물을 보면 힐링이 된다. 직접 꽃꽂이를 하면서 화분을 꾸미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결과물을 보면서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중년의 영역이던 '식물 키우기'가 MZ세대의 새로운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식물'과 '집사'를 합친 말로 반려식물을 기르는 사람을 뜻하는 '식집사'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MZ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56.1%로 절반이 넘었다. MZ세대는 반려식물을 기르는 이유로 '정서적 안정감'을 많이 꼽았다. 지난 1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반려식물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반려식물을 기르는 이유로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이 가장 높은 비율(55%)을 차지했다.

그러면 반려동물이 아닌 반려식물인 이유는 뭘까. 1인가구 비중이 높은 젊은 세대의 경우 애완동물을 키우는 데 다소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나 직장에 갔을 때 반려동물 홀로 집에 남겨 둬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상당하다. 강아지의 경우 사료·습식캔, 각종 영양제, 유치원 등을 포함하면 한 달에 4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반면 식물은 동물에 비해 키우기 쉽고, 녹색의 싱그러움을 즐기면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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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조모씨가 키우는 반려식물. <독자 제공>

젊은 층에서 반려식물을 처음 키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식물 중에서도 작고 관리하기 편한 식물이 인기다. 립살리스 트리고나, 초설마삭줄, 환락선인장 등 관리가 까다롭지 않고 입문자도 부담 없이 기를 수 있는 식물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대구 동구 직장인 조모(여·38)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기쁜 만큼 힘든 점도 많은 반면, 반려식물은 햇빛·환기·물 조절만 잘하면 큰 문제 없이 키울 수 있다. 녹색이 주는 안정감도 식물을 키우는 재미 중 하나"라면서 "구입 비용도 작은 화분은 3천원대 내외로 저렴하다. 관리비도 거의 들지 않아 평소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SNS에서는 반려식물과 관련된 게시글이 활발하게 올라온다. 지난 19일 인스타그램에 '#반려식물' 해시태그를 검색하니 약 114만개의 게시글이 나왔다.

식집사들은 자신의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 식물 관찰일기를 올리고 식물 키우기 꿀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누리꾼들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습도 관리법이 궁금하다" "이번에 자취를 하며 식물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도움이 됐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련 시장도 성장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디스타에 따르면 식물 가꾸기 시장은 2019년 1천40억달러에서 내년 1천270억달러(약 168조1천730억원)로 22%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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