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되고 오피스텔은 안 된다?…장기임대주택 말소 형평성 논란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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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8  |  수정 2023-11-27 18:32  |  발행일 2023-11-28 제2면
의무임대기간 처분시 과태료 3천만원, 오피스텔만 적용
"형평성 맞지 않는 제도가 역전세난 심화" 주장
전문가들 "불안한 세입자 위해 제도 개선해야"
아파트는 되고 오피스텔은 안 된다?…장기임대주택 말소 형평성 논란

대구 수성구에서 주거용 오피스텔 1채를 세 놓고 있는 A씨는 최근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 3억3천만원을 구할 길이 없어서다. 유례없는 역전세난에 보증금 5천만원을 낮춰도 들어온다는 사람이 없는 상황. A씨는 "해당 오피스텔을 팔아서라도 보증금을 마련하고 싶지만, 장기 주택임대사업에 등록된 탓에 그럴 수도 없다"며 "등록 이후 받은 혜택이 아무것도 없는데, 말소도 안 된단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사유재산 침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주택 가격이 급락해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한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주거용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임대업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장기임대주택(민간 임대인이 주택 임대사업자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물권)으로 등록한 주거용 오피스텔을 의무임대 기간에 임의로 처분할 경우 3천만원의 과태료 처분과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그간 받았던 세제 혜택에 대한 환수 조치가 이뤄진다. 또 의무임대 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등록 말소도 할 수 없다. 임대사업자를 그만두지 못하고 물권을 팔지도 못하는 구조다.

이에 반해 아파트 장기 임대의 경우 임차인의 동의를 받은 임대사업자에 한 해 자진 말소를 허용하고 있다. 말소 이후엔 처분도 가능하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제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은 역전세난 속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만 양산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A씨는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역전세난에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되돌려 줄 길이 없다"며 "오피스텔도 아파트처럼 세입자 동의를 전제로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전세금 반환을 위한 매매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려운 상황은 이해한다면서도 제도 개선에 대해선 난색을 보였다. 임대사업자의 등록 말소를 허용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임차인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안기거나 제도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를 주택은 허용하면서 주거용 오피스텔을 금지한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지역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구에 입주 아파트가 수요를 초과하면서 전·월세 시세가 많이 떨어져 빚어진 현상"이라며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해 소송까지 가는 세입자를 위해서라도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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