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왜 무시해" 소방관이 흉기로 위협…소방당국은 '쉬쉬'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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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08 20:00  |  수정 2024-02-08 15:36  |  발행일 2024-02-09
지난달 16일 중부소방서 내 직원 간 폭력

가해자 A씨 징계 없이 병가 휴직만

4일간 분리조치 없이 함께 근무, 현장 방치
[단독] 왜 무시해 소방관이 흉기로 위협…소방당국은 쉬쉬
소방대원들. 영남일보 DB
대구 일선 소방서에서 소방관이 다른 소방관을 폭행 후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현장을 사실상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6일 오후 5시 10분쯤 대구 중부소방서에서 소방위 A씨가 소방장 B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후임인 B씨가 평소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사무실에는 임관 2주가량에 불과한 신입 소방관을 비롯해 직원 5명이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멱살잡이로 시작된 폭행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제 분을 참지 못한 A씨는 자신의 차량에서 회칼(사시미칼)까지 가져오기에 이르렀다. 바지춤에서 회칼을 꺼내는 A씨의 모습에 놀란 직원들이 육탄 방어 끝에 그를 겨우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B씨는 그날로 휴직에 들어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중부소방서는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료를 흉기로 위협한 A씨는 사건 발생 후 1주일가량 정상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직접 피해 당사자인 B씨는 자리를 비웠지만, 간접 피해자들인 부서 직원들은 A씨와 '불안한 동거'를 이어 가야 했다. A씨는 사건 발생 9일이 지난 25일이 돼서야 병가 휴직을 냈다. A씨의 휴직 기한은 6월 30일까지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소방관은 "그날 이후 며칠간 불면증에 시달렸다. 혹여나 보복당할까 두려워 집사람과 애들도 피신시켰다"며 "7월에 A씨가 부서로 복귀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벌써부터 겁이 난다"고 털어놨다.

취재가 시작되자 중부소방서는 부랴부랴 지난 5일 A씨에 대해 협박 등의 혐의로 중부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사건 발생 20일 만이다.

대구소방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지만, 직원 간 심각한 수준의 폭력은 없었다고 들었다"며 "흉기 위협의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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