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구 병원도 '뒤숭숭' '설마' 분위기 공존…환자·보호자 "안 그래도 힘들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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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9 19:04  |  수정 2024-02-19 21:34  |  발행일 2024-02-20
환자와 보호자 "입장차 있어도 아픈 사람들 불안케하면 안돼"
병원 측 "중증질환자 진료 등에 차질 빚어지지 않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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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허리를 부여잡은 의료진이 내원한 시민들 옆을 지나가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19일 오전 9시를 좀 넘어 찾아간 대구의 A종합병원. 이른 시간부터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먼저 암 환자들이 찾는 병원 암센터로 가봤다. 오전 10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환자와 보호자들로 대기실은 북적였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의 얼굴에는 지치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의료계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암 투병 중인 한 60대 시민은 "안 그래도 치료가 힘든데, 그런 소식(의료계 집단행동 예고)을 들으니 서럽기까지 하더라. 나는 그나마 암 수술은 이미 했고, 항암 치료만 받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불안할 것 같다"라며 "암은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는 게 좋을 텐데 걱정이다. 지방도 그런데 서울에서 수술 예정인 암 환자들은 얼마나 스트레스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들이 화가 난 이유가 있겠지만, 아픈 환자들이 뭔 죄인가. 병원 운영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이 A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모(36)씨는 "그동안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과의 약속(진료 시간)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의사 선생님과 주어진 단 몇 분의 상담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어도 불만 없이 따랐다. 우리가 몇 분이라도 상담 시간을 더 쓰면 행여나 다른 환자가 피해를 입을까 싶어 그랬다"며 "위중한 암 환자도 그렇게 병원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왜 정부와 의료인들은 본인 '입장'만 내세우나. 의사들도 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다른 방법으로 항의를 해야지, 환자들을 불안하게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찾아간 A병원 응급실 앞. 환자와 구급차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병원 측은 "우리 병원 응급실은 오늘 큰 차질 없이 운영이 됐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공백이 현실화 될 경우를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놨다.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어서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어떤 경우에도 암 등 중증질환자 진료와 응급실 운영 등에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상황이 장기화 할 경우 일부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 찾아간 대구의 B종합병원 응급실도 여느 때처럼 붐비는 모습이었다. 보호자 대기실 공간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꽉 차 있었고, 의사와 간호사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환자의 짧은 비명과 가족의 안부를 걱정하는 보호자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응급실에서 만난 한 환자 보호자는 "어떤 정책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의견 대립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일로 수술이나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다 하소연을 하겠나"라며 "부디 원만하게 갈등이 잘 해결돼 환자들이 불안해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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