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경제] 과일·채소값 급등에 달라진 주부 장보기 '新풍속도'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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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5 16:48  |  수정 2024-03-25 16:49  |  발행일 2024-03-26 제6면
신선과일·채소 →냉동채소·못난이 과일·마감세일·알뜰코너 애용
대파1
대구 북구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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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채소와 신선채소 가격 비교 (홈플러스 기준)
가격비교
비정형과일?채소와 정형과일?채소 가격 비교. (롯데몰 기준)

# 1.주부 박모(43·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온라인으로 장을 보면서 냉동채소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찌개용과 볶음밥용으로 쓸 식자재다. 가격은 각각 약 6천원. 찌개용에는 대파, 양파, 감자, 애호박, 고추을, 볶음밥용에는 찌개용채소에 파프리카와 당근을 추가했다. 박씨는 "마트에서 파 한단 살 돈으로 냉동채소 한 봉지를 살수 있다. 다양한 채소를 저렴하게 골고루 살 수 있어 냉동채소를 요즘 자주 산다"고 했다.

#2. 세 살배기 딸을 둔 주부 이모(32)씨는 지난 주말 집 앞 전통시장에서 이른바 '금(金)사과' 한 개를 샀다. 마음 같아선 한 소쿠리 가득 사고 싶지만, 한 개 5천원이 넘는 가격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몇 번 망설이다 결국 한 개만 손에 거머쥐었다. 이씨는 "아이가 사과를 너무 좋아해서 항상 간식으로 사과를 찾는다. 예전엔 한 봉지 가득 사서 식후마다 가족이 함께 먹었지만, 요즘 우리 집에서 사과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아이뿐이다"고 했다.

무섭게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들의 장보기 트렌드가 확 변했다. 국산 과일과 신선과일·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입과일이나 냉동과일·채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비정형과(못난이) 과일도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봉지 단위로 팔던 과일은 낱개로 팔고, 컵에 담아 파는 과일까지 매대에 등장했다.
수입 과일과 냉동과일·채소 판매는 1년 전에 비해 급증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수입과일 매출은 작년 같은 달 대비 이마트 14%, 롯데마트 30%, 홈플러스 10% 씩 모두 두 자리이상 증가했다. 수입과일 중에선 오렌지는 최고 335% 급증했다.

매천시장의 과일 전문 도매상 여모씨(62)는 "여기서 30년 넘게 일했는데 수입 과일이 이렇게 잘 팔리는 건 처음 봤다"며 "최근엔 소매상들도 사과나 배 대신 오렌지나 바나나, 망고를 많이 사간다"고 최근 도매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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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과일·채소 판매도 늘었다. 냉동 과일 매출은 이마트 12%, 롯데마트 20%, 홈플러스 40% 각각 증가했다. 냉동채소도 이마트 22%, 홈플러스 17%로 매출이 신장됐다.

냉동과일·채소 수요가 이처럼 는 것은 가격이 저렴해서다. 홈플러스에서 파는 냉동 대파( 2㎏ 기준 )는 5천500원이다. 반면 신선대파(2㎏ 기준)는 8천500원으로 냉동대파가 3천원이상 비싸다. 더욱이 신선대파는 할인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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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못난이 과일·채소도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구 매천동에서 소위 'B급 과일·채소'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3년간 근근이 투잡으로 쇼핑몰을 운영했는데 요즘은 주문이 막 쏟아져 정신을 못차릴 정도"라며 "못난이 과일은 모양이 작거나, 못생겼을 뿐이지 맛과 영향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에서도 이제 이런 부분에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는 얘기다.

마감시간에 임박해 싸게 판매하는 '마감세일'이나 '알뜰코너 '상품을 일부러 찾는 소비자들도 부쩍 많아졌다. 지난 23일 찾아간 대구 달서구 A마트 신선코너 알뜰상품 매대에는 전과 달리 '텅텅'비어 있었다. 약간 흠이 있는 토마토 몇 개와 시금치 한 단만 남아 있었다.

동네마트나 전통시장에서선 낱개 포장까지 등장했다. 한 봉지 혹은 한 소쿠리 단위로 판매하던 채소마저도 낱개로 판다. 덩달아 여러종류의 과일을 한 컵에 담아 판매하는 '컵과일'도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동네마트는 이같은 추세가 마냥 달갑진 않은 분위기다. 동네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씨(대구 달서구 이곡동)는 "보통 대형마트에선 원하는 만큼 담아가는 낱개 판매를 했지만, 동네마트에선 묶음으로 판매해왔다"며 "감자가 1개 2천원하는데, 묶음으론 도저히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작심하고 감자·양파도 이제 한 개씩 판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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