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경단녀 탈출" 움직이는 엄마들

  • 전준혁,서민지,이동현,이지용,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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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4 07:43  |  수정 2024-05-20 17:53  |  발행일 2024-05-14 제5면
한국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인구소멸을 우려하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에는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경단녀 문제 해결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있다. 일하기 좋은 사회는 단순히 경제 활성화 차원을 넘어 '살기 좋은 사회'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를 풀 실마리인 셈이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새일센터 찾았죠"

창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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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티와이라인 대표가 창업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구미 사출업체에서 연구 업무를 맡았던 김주영(여·43·서구)씨는 결혼 뒤 육아를 위해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다. 7년 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그는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다양한 직군에 도전했다. 하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그는 "딸 아이가 크면 조만간 다시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사회는 아직 '워킹맘'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대구 달서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2022년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육아와 생계를 동시에 책임져야 해서다. 그는 "아무 취·창업 아이템 없이 센터를 방문했다. 막막했지만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우선 자존감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며 "그러던 중 조류의 시각적 특성을 이용한 투명 구조물 충돌 방지 레이저 기구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돼 사업계획을 구상했고, 지난달 정부지원금(예비창업패키지) 공모에 최종 합격하며 4천만원가량을 지원받게 됐다"고 했다. 그는 "첫 스타트가 중요했다. 바로 용기다. '움직이는 엄마' '일하는 엄마'라는 마인드를 가슴에 새기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영어 지도사 도전 성공 후 자신감도 생겨"
취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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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영어 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진연 유치원 강사.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20대 시절 대전에서 국어 강사를 하다 결혼 뒤 대구로 이사온 최진연(여·44·수성구)씨의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대전 '아가씨'에서 대구 '새댁'이 된 최씨는 사랑스러운 자녀를 얻게 되면서 자연스레 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남편이 근무하던 병원이 폐업하면서 잠정적 실직 상태가 된 것이다. 최씨는 "경제적 어려움에 적금을 하나씩 해지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손을 벌렸다. 이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저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던 그는 매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영어 공부를 한 경험을 살려 '어린이 영어 지도사'에 도전했다. 대구 남부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도움을 받아 한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센터에서 200시간에 달하는 어린이 영어 지도사 과정을 밟았다. 방과 후 강사로 일하면서 수년간 경력이 단절된 여성도 '도전하면 된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현재는 경산에 한 유치원에서 과학 영어 강의를 하고 있다. 대구의료관광진흥원 등에 의료통역사로 소속돼 프리랜서로 통역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안정된 일자리-중년의 나이 관문 못 넘어
도전의 연속

◇…포항이 고향인 김미선(여·가명)씨는 부산에서 대학을 나왔다.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전산세무 2급과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역사무원 국비직업훈련과정을 수료하고 국제무역사 2급 자격증까지 땄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 회계사무원으로 채용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회사 경영이 급속히 나빠져 6개월 만에 퇴사했다. 그는 포항으로 돌아왔다. 토익시험을 준비하면서 포항여성인력개발센터도 방문해 상담도 받았다. 통계조사회계사무원 국비직업 과정을 수료하고, 전산회계 2급 자격증도 획득했다. 하지만 포항에서는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고향에서도 안정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대도시로 떠나기로 했다.

◇…대구 북구에 거주하는 장모(여·46)씨는 전형적인 경력단절 여성이다. 지난 15년간 유통업계에 종사했지만 중도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결혼과 출산의 벽은 넘었는데, 육아의 관문은 넘지 못했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육아에만 집중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조금의 여유가 생겼고, 일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도 갖게 됐다. 더 늦기 전에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자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비상근직 또는 파트타임(Part-time) 아르바이트를 제외하면 40대 중반 여성을 뽑는 곳이 제한적이었다. 장씨는 "이력서를 낼 데가 별로 없다. 마흔이 넘어가니 일자리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며 "아르바이트는 짬짬이 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계속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자격증 취득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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