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22대 국회, 그놈이 그놈이 아니기를…

  •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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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6  |  수정 2024-06-06 07:01  |  발행일 2024-06-06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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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훈기자〈경북본사〉

민주주의(民主主義·democracy)의 핵심 가치는 국민이 국가의 주권을 가졌는지, 또 스스로 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국가를 구성하는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주장을 펼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는 대리자에게 주권을 양도하는 '대의민주제(代議民主制)', 즉 간접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는 근대적인 정치환경에서 민주주의적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시대적 상황과 함께, 구성원 개개인이 처한 여건 등이 반영됐다.

또 그 이면에는 개인이 직접 자신의 정치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의제들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논쟁 등을 우회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는 소모적인 논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따라서 사회적 안정과 통합의 길로 나가는 최선의 정치체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문제는 선출직 후보자를 발굴하고 양성해야 할 정당과 국민의 입법 주권을 대표하는 의회 역할이 중요한 이 체제를 선택한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가 목불인견이라는 데 있다.

오죽하면 '교통사고로 전복된 버스 안에 갇혀 "살려달라"고 외치는 국회의원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합심해 그들을 모두 땅에 묻어버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을까.

실제 지난달 막을 내린 21대 국회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민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했다.

발의된 법안의 중요성은 제쳐두고, 수치로만 살펴봐도 그렇다. 발의된 2만6천783건의 법안 중 처리된 것은 9천676건으로 36%에 불과하다. 발의 건수는 역대 최다로 집계되는 반면, 처리율은 가장 낮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당과 국회를 향한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을 기는 형편이고, 국회의원이나 정당을 통해 표출되지 못한 국민의 분노는 광장으로 집결해 분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마디로 "밥값을 할 줄 알았더니, 그놈이 그놈이었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현상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의 의중을 살피기보다, 매사에 자신이 속한 정당의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공학적 판단을 우선순위로 하면서 공천권자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던 탓이 아닐까.

말 못 하는 짐승도 이 정도로 눈치를 주면 말귀는 알아듣는데….

여의도를 향한 유권자들의 날 선 비난을 22대 국회만은 제발 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창훈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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