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나훈아와 남진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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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06  |  수정 2024-08-06 06:58  |  발행일 2024-08-06 제23면

출퇴근길 차 안에서 가끔씩 해묵은 CD를 꽂아 나훈아와 남진의 옛 히트곡을 듣는다. 두 가수가 대표곡을 서로 번갈아 부른다. 곡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나훈아와 남진은 한국 가요사에서 둘도 없는 라이벌이다. 나훈아는 터프한 외모에도 간드러진 꺾기 창법으로, 남진은 잘생긴 얼굴에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창법으로 탄탄한 팬덤을 거느렸다. 공교롭게도 고향도 부산(나훈아)과 목포(남진)였으니 팬들 사이에선 묘한 지역 감정도 일었다. 군 입대도 보란듯이 남진은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전까지 다녀왔다. 나훈아는 공군에 자원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라이벌 값을 하듯 둘 사이엔 별일도 많았다. 이른바 '사이다병 피습 사건'(1972년 6월)이 유명했다. 나훈아가 공연 중 무대에 난입한 한 남성이 휘두른 깨진 사이다병에 찔린 것. 응급실에 실려간 그는 왼쪽 뺨을 72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이 사건을 두고 언론까지 나서서 남진을 의심했다. 나중 조사 결과 범인은 단순 협박범이었다.

가요계 은퇴를 밝힌 나훈아가 최근 소속사를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평생 걸어온 길의 끝이 보이는 마지막 공연에 남아있는 혼을 모두 태우려 한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오는 10월12일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안동(11월2일)과 대구(12월7~ 8일)에서도 열린다. 나훈아의 은퇴에 대해 남진은 최근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진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나훈아가 마지막 공연에 남진을 초대하면 어떨까. 이젠 라이벌이 아닌 동반자다. 여든을 코앞에 둔 불세출의 두 가객이 펼치는 '깜짝 컬래버' 무대를 꼭 한번 보고 싶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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