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명예졸업장을 받은 고(故) 차수현 학생의 아버지가 졸업장을 바라보고 있다. |
"수현이가 비록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헛되지 않게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20일 대구대에서 열린 '고(故) 차수현 학생 명예 학위증 수여 및 장학금 전달식'에서 수현씨의 아버지 차민수씨는 이렇게 말하며 먼저 간 딸을 기렸다.
대구대 생물교육과에 다니던 수현씨는 지난 6월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남기고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교사라는 꿈을 품고 지난 2021년 사범대에 입학한 수현씨는 아픈 몸으로도 3년간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국 병세가 악화돼 22세 나이에 세상과 작별하게 됐다.
대구대는 내부 논의를 거쳐 수현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하고 이날 행사를 열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빨리 떠나버린 딸에게 명예 졸업장이 주어지자 아버지는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현씨 아버지는 명예 졸업장을 바라보며 "딸이 대학 공부를 다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이렇게 명예 졸업장을 받았으니 이제 하늘나라에서도 너무 서글프게 생각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오늘 수현이도 무척 기뻐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수현씨는 세상을 떠나며 가족을 통해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600만 원을 대구대에 전달했다. 그가 생전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것이었다.
장학금은 수현씨의 생물교육과 동료 학생 6명에게 전달이 됐다.
수현씨 아버지는 "수현이에게 몸이 안 좋으니 일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지만 '운동 삼아 하겠다'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다. 병이 급격히 악화돼 딸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네가 모은 그 돈을 어떻게 하고 싶으냐, 마지막으로 사고 싶은 것 다 사든지 해라'고 했더니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라며 "수현이 뜻대로 장학금을 기부한 것 뿐인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돼 얼떨떨하다. 장학금을 받은 친구들이 부디 훌륭한 교사가 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현씨가 남긴 장학금을 받은 한 학생은 "수현 언니가 학교에 다니면서 얼마나 열심히 생활했는지 옆에서 지켜봤다. 그 기억들을 되새기면서 언니의 꿈을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현씨 아버지와 포옹을 하면서 감사를 전했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은 "수현 학생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 아쉽고 안타깝지만, 이렇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고인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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