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달집태우기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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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4  |  수정 2025-02-14 07:04  |  발행일 2025-02-14 제27면

최근 세계미술계에서 주목받는 한국화가 중 한 명이 경북 청도가 고향인 이배 작가다. 홍익대 서양학과를 나온 이 작가는 국내 최고 화가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한국 단색화 대표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흔히 '숯의 작가'로 통한다.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 물감을 풍족히 살 수 없을 정도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숯을 사용했지만, 이젠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하얀 캔버스에 숯을 사용해 굵직한 검은 점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서양화의 미니멀리즘을 차용하면서도 숯의 먹빛과 여백의 조화가 마치 동양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지난해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전 '달집태우기'를 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미국 휘트니 비엔날레,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국제미술전이다. 1895년 시작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현대미술의 세계적 흐름을 주도했다. 국제행사에서 청도 출신 작가의 전시가 열리는 것도 반갑지만 '달집태우기'라는 한국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줬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이 작가는 "숯 작업을 하게 된 것이 어렸을 때부터 봐온 달집태우기에서 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고향에 대한 추억을 밝히기도 했다.

이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 대미를 장식하는 퍼포먼스로 12일 청도천에서 달집태우기를 열었다. 달집태우기는 정월 대보름 날, 달이 떠오를 때 나무나 짚으로 만든 달집에 불을 붙여 주위를 밝히는 놀이다.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기원이 담겼다. 비상계엄사태로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고 있다. 달집태우기가 더 간절한 이유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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