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소감은?
“중책을 맡았다. 선배들의 피땀이 서려 있는 2·28정신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그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역대 회장 및 회원들이 2·28민주운동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 확산을 위해 헌신했다. 그 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2·28정신이 시민의 일상 속에 잘 스며들어 대구 도약과 국가번영에 기여하겠다."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을 맡은 이유는.
“고향 대구에서 구청장과 국회의원 등 4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한 데는 대구시민의 많은 사랑과 성원이 있었다.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대구에서 발아한 우리나라 최초 민주화운동인 2·28을 알리는 선봉에 서게 됐다. 2·28 원로 및 역대 회장들도 대구 발전과 나라의 안녕 및 번영을 위해 고향에서 봉사해야 할 때라는 권유와 격려도 많았다."
▲2·28민주운동의 역사적 가치는.
“2·28은 흘러간 역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대구 정신'이다. 모든 것을 던져 불의에 항거했던 2·28정신은 오늘날 세계가 자랑하는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었다. 65년 전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고등학생들이 만든 소중한 역사다. 대구는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을때마다 분연히 일어서 나라를 구했던 '충의의 도시'다. 2·28민주운동은 우리나라에 국민주권주의를 구현한 첫 번째 사건으로,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2·28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2·28정신'은 어떤 것인가.
“2·28정신의 핵심은 '자유', '정의' '민주'로, 민주주의의 보편적 정신이다. 밑바탕에는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대구의 내면화된 선비 기질이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지향하는 가치는 2·28정신과 완벽히 일치한다. 따라서 2·28은 65년 전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대구의 혼'이다. 혼이 살아있는 사람에겐 희망이 있듯 혼이 살아있는 도시엔 미래가 있다."
▲2·28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2·28민주운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운동이지만 '3·15민주의거' '4·19시민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비해 가장 뒤늦게 재평가받았다. 그간 각고의 노력으로 2·28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알렸지만,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5·16 쿠데타 후 대구 사회가 점차 보수화되면서 2·28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애써 외면해 오지 않았나 싶다. 다른 운동과 달리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로 보인다. 2·28정신의 시대적 재해석을 통해 국가발전의 핵심 에너지로 승화시키겠다. 먼저 '내가 2·28이다'라는 기치 아래 자유와 정의를 구현하는 애국적 실천 모임인 '(가칭)2·28정신 만인 연대'를 창립, 시민 일상 속에 2·28정신이 스며들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캠페인을 전개하겠다. '2·28정신 만인 연대 회원 동참 시민운동'도 펼치겠다. "
▲탄핵정국 등 나라가 혼란스럽다. 그 어느 때보다 2·28정신 발현이 필요하다.
“극단적 분열과 갈등으로 나라가 갈라져 있다.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많이 우려된다. 건강한 경쟁을 넘어 극단적 투쟁으로 나라가 갈가리 찢기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한 마음이 든다. 정치권과 사회 지도층은 국민에게 통합과 화합을 북돋웠는지, 행여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21세기 민주주의 정신은 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포용과 관용이다. 2·28사업회는 앞으로 지역, 이념, 세대, 성별 갈등을 완화·해소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 65년 전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적 위기 극복의 밀알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2·28민주운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아직 낮다. 2·28사업회가 가야 할 길 또한 멀고도 험하다. 2·28정신이 대구를 벗어나 진정한 대한민국의 정신으로 정립하려면 우선 대구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65년 전 암울하고 참담했던 상황에 선배들이 2·28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화의 새벽을 열었듯 나라의 장래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도로 이 혼란기에 2·28정신으로 뜨겁게 하나 돼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겠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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