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소방관이 산불에 대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하회마을 병산서원 10㎞ 앞까지 다가왔지만, 밤새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으면서 고비를 넘겼다.
26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인근까지 화염이 접근하면서, 현장은 밤늦도록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후 11시쯤 먼 능선에 붉은빛이 어른거리자 마을은 술렁였고, 주민들은 실시간 상황 파악에 분주했다.
이날 오후 4시 55분 하회마을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일부는 도농교류센터 등 안전지대로 몸을 옮겼고, 남은 주민들과 소방 인력은 밤새 현장을 지켰다. 기온은 떨어졌고 바람은 매서웠지만, 소방대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산불이 더 가까이 접근하지 않으면서 다행히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국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회마을에는 소방차 10대와 50여 명의 인력이 대기 중이며, 추가로 방사포 등 장비 8대와 인력 27명이 투입됐다.
하회마을에는 풍산류씨를 중심으로 약 15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기와집과 초가집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며,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유줄불놀이' 같은 전통이 이어진다.
불길이 하회마을에서 멀지 않은 병산서원 쪽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 소방차 4대가 현장에 배치됐고, 전날 오후 10시쯤 서원 주변에는 미리 물을 뿌려 방화선을 마련했다.
병산서원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9개 서원 중 하나로, 낙동강과 병산을 배경으로 한 전통 건축의 백미다. 대표 건물인 만대루는 지금도 수많은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현재로선 큰 피해 없이 방어에 성공했지만,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게 산불"이라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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