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 덮친 ‘괴물산불’…사망 15명, 피해 확산

경북 의성군 안사면 안사리 면사무소 일대가 산불에 뒤덮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동부 4개 시·군으로 번지며 인명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발생 닷새째인 26일 현재까지 사망자는 15명으로 늘었다. 부상자와 실종자도 잇따르고 있어 피해 규모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사망자는 안동 2명, 청송 3명, 영양 4명, 영덕 6명 등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주택 마당이나 도로, 차량 등지에서 발견됐다.

영덕군에서는 실버타운 입소자들이 대피하던 중 차량이 폭발하며 숨지는 참변도 발생했다. 청송에서는 자택이나 외곽 지역에서 숨진 노인 3명이 발견됐고, 대피 중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70대 여성, 실종된 80대 여성도 확인됐다.

영양군 사망자 중 3명은 일가족으로, 차량으로 대피하다 전복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60대 남성은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덕 해안 일대에서는 산불을 피해 항구 방파제 등으로 대피한 주민 104명이 구조됐다. 울진해경은 경비함정과 민간 구조선까지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인명 피해가 급증하면서 초기 대응 미흡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산불이 시작된 지난 22일부터 고위험 지역 주민들을 순차적으로 대피시켰어야 했지만, 실제 대피 명령은 불길이 임박한 시점에서야 일괄적으로 발령됐다.

특히 고령 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상 문자만으로는 즉시 대처가 어려웠고, 야간 대피 과정에서 차량 사고나 혼란이 이어졌다. “불씨가 도로 위까지 날아드는 상황에서 안전한 탈출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왔다.

경북도와 각 지자체는 추가 사고자 파악에 나선 한편, 피해 지역의 인명 피해 및 대피 상황을 긴급 점검 중이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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