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 악순환 이대론 안된다] “인력으론 진화 한계” AI감시 시스템·소방드론 도입 급하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3/news-p.v1.20250331.21619078e70f44d89ecd1385eb406a9f_P1.jpg)
산불 예방과 대형화를 막기 위해선 진화용 드론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드론은 군집 비행이 가능하고 야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21년 11월 1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 인근 북한산에서 도심 주거지역 인근 대형 산불 발생 상황을 가정해 열린 '산불진화 합동훈련'에서 산림청 드론이 산불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대형 산불은 '재난(災難)'이다. 한번 발생하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 전체에 피해를 준다.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경북 산불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주일도 채 안돼 경북 북동부지역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여의도 156개 면적(4만5천여㏊)에 달하는 산이 초토화됐고, 지역민 삶의 터전마저 온통 시커멓게 타버렸다. 인명피해도 역대 최대다. 앞으로 피해 복구에도 천문학적인 자금과 인력,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반면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산불은 갈수록 상시·대형화하는 추세다. 대응 체계의 대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는 셈이다. 대형 산불을 막을 수 있는 방안과 향후 산림 개발의 방향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 실화 방지와 초기 진화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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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와치. 스피어AX 제공
산불이 발생하면 초동 진화가 가장 중요하다. 산불은 기상 조건에 따라 순식간에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경북 산불이나 경남 산불 모두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불면서 삽시간에 피해가 커졌다. 강풍을 탄 산불은 사실상 인간의 능력만으론 진화는 커녕 확산 저지마저 불가능하게 한다. 화선까지 길어질 경우 진화 작업은 더욱 힘들어진다. 투입되는 장비와 인력에 한계가 있어서다. 특히 야간에는 산불 진화의 주축인 헬기마저 운용할 수 없어 작업은 더욱 더뎌질 수 밖에 없다. 대형 산불 발생시 반복되는 문제점이다.
산불은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 추세다. 짧게는 수일, 길게는 일주일 넘도록 확산하며 국토를 황폐화 시킨다. 전문가들은 산불 대형·장기화 현상은 우연이 아닌 기후·산림 등 복합 요인이 얽힌 결과로 풀이한다. 지구 온난화 등 영향으로 봄철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강수량마저 줄어들면서 산림이 타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또 높은 일교차는 돌풍과 강풍을 만들어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지게 한다.
이에 초동 진화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하고 있다. 초기 대처가 빠르면 빠를 수록 승산은 그만큼 높아진다. 하지만 예방 보다 좋은 대안은 없다. 국내 산불 원인의 대다수는 실화다.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으로 '기타(177.5건)'를 제외하고 입산자 실화가 연평균 17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쓰레기 소각(67.5건), 농산부산물 소각(60.3건), 담뱃불 실화(34.8건)도 산불의 주요 원인이다. 결국 산불은 사람에 의한 인재(人災)인 셈이다. 그만큼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산불 발생 위험 기간에는 입산을 제한하는 등 실효성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 로봇·AI·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 활용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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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지형에서 운용성 뛰어나고 주행 중에도 방수 가능한 고성능 진화차량. 경북소방본부 제공.
산불 예방과 함께 대형화를 막기 위해선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기존 인력 위주의 산불 감시 체계와 진화 시스템만으론 갈수록 대형화하는 산불에 적극 대응을 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산림 당국과 각 지자체들도 다양한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I(인공지능)와 ICT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산불 감시·예측 시스템이다. 대구 ICT기업 스피어AX의 AI 산불 연기 감지 솔루션 '파이어워처'(FIREWATCHER)는 산불을 막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월 대구시 동구 백안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를 산림청보다 6~7분 가량 더 빠르게 감지하고, 정확한 발화 위치까지 알아내면서 조기 진화 가능성을 높인 바 있다.
서울시도 올해 산림 연기·불꽃 등을 실시간 감지·판독하는 '지능형 산불방지 ICT 플랫폼'을 강남과 강북권에 구축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산림청 역시 강원도와 경북 동해안 등 산불 발생이 잦은 지역에 AI로 산불 여부를 실시간 감지하는 '지능형 산불방지 ICT 플랫폼'을 확대·구축 중에 있다. 인력이 24시간 CCTV를 통해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산불 위험 지역에서는 이같은 시스템을 적극 도입 구축할 필요성이 크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있는 특수 장비도 개발했다. 조끼처럼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로봇은 착용자 허리와 허벅지의 근력을 강화해 경사진 현장에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근육 자극을 줄여주는 근력 보조 역할로, 무거운 진화장비를 들고 험준한 산지를 오르는 진화대원의 근육 피로도를 40%가량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지역과 야간 진화시 효율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산불 진화차도 진화 중이다. 산림청이 특수 제작한 산불 전술진화차는 산소 공급기와 자동 심장충격기 등 구급 장비를 탑재해 산불 진화와 동시에 긴급 구호가 가능하다. 고압 펌프로 1㎞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고, 기존 소형 진화차량보다 약 3배 많은 2천ℓ의 물을 담을 수 있다.
주행 중에도 방수 가능한 고성능 진화차도 이번 화재 현장에서 활약했다. 독일 자동차기업 벤츠의 '유니목5023' 차체를 기반으로 국내 산불진화에 특화한 개조 차량이다. 험로 주행 등 산악 지형에서 운용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물탱크 용량이 일반 산불 진화차(800ℓ)의 5배인 4천ℓ에 달하고, 분당 2천800ℓ를 방수 할 수 있어 초기 산불 진화 대응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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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험지 펌프차량. 경북소방본부 제공
△ 수색·구조는 물론 화재 감시, 진화도 가능한 드론
드론의 역할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소방은 현재 드론을 수색·구조 활동은 물론 지휘 관제에 활용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소방관서에서 보유하고 있는 소방드론은 676대다. 지난해 재난 현장의 정보 파악 및 실종자 수색·구조 활동을 위해 출동한 건수만 4천623건에 달한다. 이는 전년(3천628건) 대비 27.4% 증가한 수치다. 2021년 이후 재난현장의 드론 출동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드론은 화재 발생시 열화상 장비를 통해 화점을 찾는데도 도움을 준다. 야간 이용이 가능한 점도 드론의 장점이다. 조만간 인력을 대신해 위험한 화재 현장에도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6월 7일 발생한 캐나다 산불 당시 '소화볼'을 투척하는 드론이 등장한 바 있다. 해당 드론은 조난자 발생시 소화볼을 이용해 길을 터 주는 역할을 했다. 소화볼은 불 속에 던지거나 굴리면 폭발해 화재를 진화한다.
국내에서도 국립산림과학원이 '소화탄'을 개발했다. 소화탄은 폭탄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폭발하는 힘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소화약제를 멀리 퍼뜨린다. 20kg짜리 소화탄 하나가 반경 8m 범위의 불을 꺼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소방호스와 연결된 드론으로 불이난 곳에 직접 물을 분사하는 방식도 연구 개발 중에 있다.
드론은 실어 나들수 있는 용량은 적지만 군집 비행이 가능하고 야간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농약을 살포하는 농업용 드론의 경우 30~40ℓ 를 분무할 정도로 대형화하고 있어 산불 진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 대형 산불 진화 최후의 카드는 '인공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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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 관련 그래픽. 연합뉴스
이번 산불로 인공 강우도 대형 산불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악의 기상 상황에선 인력으로 산불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임을 여실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2022년 울진 산불과 이번 경북 산불 모두 비가 내리면서 진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경북 산불의 경우 단비가 대지를 적시지 못했다면 사상 최악의 피해는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이른바 '구름씨'를 뿌려 강수량을 늘리는 실험을 수 차례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도 2018년 첫 인공증설 실험 이후 가뭄과 산불 예방 등을 위한 실험에 착수했다. 오는 2028년까지 기상청은 항공기를 동원해 구름씨를 뿌려 강수량을 늘리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실험의 초점은 '산불 예방'에 맞춰져 있다. 비를 인위적으로 내리게 해 산이나 평지를 촉촉하게 유지해 산불 발생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목표다. 인공강우는 일정한 두께의 비구름이 형성된 곳에서만 효과가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숙제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인공강우가 현실화하면 대형화·장기화하는 산불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게임체인저가 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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