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경북도지사. 경북도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이뤄지게 되면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의 유력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만큼 대선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 후보군으로는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인물, 즉 이 지사가 직접 나서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북에서 일어난 사상 최악의 산불이 출마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피해 복구를 막 시작하려는 시점에 도정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도민을 위해 눈 앞의 현안 처리에 집중할 지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도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자유우파가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며 “저부터 온몸을 바치겠다"라고 말하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지사는 “우리당 경선도 '미스트롯' 형식처럼 전국을 순회하며 자유우파 승리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경선 방식까지 제안했다. 이어 “후보들이 우후죽순 출마하면 유권자들도 힘을 받을 것"이라며 다자 구도 경선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부에선 이 도지사가 정치적 뜻을 이루기 위해 대선 출마를 결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 구조의 개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소장파부터 지도부, 일부 대선 주자까지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도지사는 탄핵 선고 당시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87헌법' 체제를 고치지 못하고 지속한 결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수사를 받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됐다"고 원인을 변하지 않은 '낡은 체제'에서 찾았다.
또 윤 전 대통령과 이 도지사의 관계도 출마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이 도지사는 윤 전 대통령과 친밀하게 소통하며 좋은 호흡을 보여왔다. 특히 탄핵 선고를 앞두고 이 도지사는 윤 전 대통령의 복귀를 거듭 주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애국가 크게 부르기 운동'부터 '각하 운동'까지 벌이며 보수의 입장을 대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난달 8일 윤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자 “그동안 악의적인 탄핵을 남발하며 대한민국을 마비시키고 권력을 찬탈하려 했던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 힐난하며 보수의 반격을 주창했다.
하지만 '참혹한 현실'이 이 도지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불과 열흘전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대형 산불에 휩쓸려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어버린 3천여명의 이재민들은 여전히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피난생활 중이다. 막 피해 집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시점에 '컨트롤 타워'의 수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대권 도전의 명분이 희석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면 이 도지사의 당내 경선과 대선 출마는 경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도민 뿐만 아니라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일인데다 이 도지사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향후 도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도지사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특별한 논란이나 스캔들이 거의 없고, TK(대구·경북)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이 도지사는 격한 언행이나 튀는 행동이 없다. 여기에 '이념보다 실용', 갈등보다는 포용에 정치적 방점을 두고 있어 중도 보수층이나 무당층에게 거부감이 낮은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경북도 관계자는 “이철우 도지사가 아직 대선 출마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대의를 위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쪽이 됐던간에 경북도는 화재 피해 복구와 2025 경주 APEC 등 주요 현안들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