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만㏊라더니 10만㏊ 육박…산림청, 경북산불 피해 숨겼나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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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7 22:13  |  발행일 2025-04-17
영향구역보다 실제 피해 규모 더 커
30년간 국내 전체 피해 면적 넘어서
이례적 결과에 축소 발표 의혹 제기
산림청 “급속 확산돼 예측 어려웠다”
경북 안동시 한 컨트리클럽 주변 야산이 산불에 전소돼 검게 그을려 있다. 영남일보 DB

경북 안동시 한 컨트리클럽 주변 야산이 산불에 전소돼 검게 그을려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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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화재로 기록된 경북산불의 실제 피해 면적이 당초 정부 발표의 두 배를 웃도는 10만㏊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3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모든 산불 피해 면적의 합계 마저 넘어서는 유례없는 규모다. 진화 직후 정부가 발표했던 '산불영향구역' 수치와 2배 이상 차이를 보이면서, 피해 규모 산정 과정과 발표 경위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산불이 워낙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번져 피해 규모 예측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17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NDMS) 산불피해 집계(잠정) 결과, 지역 5개 시·군 산림피해 면적은 9만9천108㏊로 잠정 추산됐다. 넓이로만 따지면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50%, 서울 면적의 약 1.64배가 한순간 잿더미로 변한 셈이다. 특히 이번 산불 피해 규모는 1995년~2024년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 전체 피해 면적(8만8천413㏊)보다도 넓다. 최근 30년 동안 누적된 피해 면적을 단 한 번의 산불로 뛰어넘은 셈이다. 이번 경북산불은 어느 사례와도 비견될 수 없는 역대 최대 규모의 화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피해 규모는 산불이 시작된 의성이 2만8천853㏊로 가장 넓었다. 이어 안동(2만6천708㏊), 청송(2만666㏊), 영덕(1만6천577㏊), 영양(6천854㏊) 순이었다. 다른 지역보다 북쪽에 위치한 영양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산불이 주로 강한 서풍을 타고 번진 탓이다.


이번 경북 산불 피해 면적은 9만9천108㏊로 잠정 집계됐다. 1995~2024년 국내 산불 피해 누적 면적(8만8천413㏊)을 넘어섰다. <그래프=생성형 AI>

이번 경북 산불 피해 면적은 9만9천108㏊로 잠정 집계됐다. 1995~2024년 국내 산불 피해 누적 면적(8만8천413㏊)을 넘어섰다. <그래프=생성형 AI>

반면 지난달 28일 산불 진화가 끝난 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발표한 산불영향구역은 4만5천157㏊였다. NDMS 산불피해 집계와 2배가 넘는 차이다. 산불영향구역과 산림피해 규모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산불영향구역보다 산불피해 규모가 더 넓은 건 더욱 드문 사례다. 통상적으로 산불영향구역은 화재 현장에 형성된 화선 안에 포함된 면적으로, 진화가 완료된 뒤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피해 면적과 개념이 다르다. 타지 않은 부분이 포함된 산불영향 면적이 피해 면적보다 넓은 게 일반적이다.


2022년 발생한 동해안 산불의 경우에도 산불영향구역은 2만3천993㏊로 잠정 추정됐지만 실제 피해 면적은 2만675㏊로 집계됐다. 2020년 동해안 산불 역시 마찬가지다. 산불영향구역은 2만4천923㏊로 추정됐으나 최종 피해 면적은 2만3천794㏊로 조사된 바 있다.


또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산불영향구역 발표 다음날 민간 기업이 산출한 산불피해 규모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위성영상·3D 공간정보기술기업인 ㈜지오씨엔아이는 지난달 29일 경북산불 피해 면적을 5만4천779.25㏊로 산출했다. 당국보다 1만㏊가량 넓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 산림피해 면적이 9만㏊를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위성영상으로 측정한 결과값이 산림청의 당시 집계치보다 실제 피해 규모에 가까웠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산불과 관련해 산림청의 피해 규모 예측 시스템을 둘러싸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산불을 초래한 데 따른 비판을 의식해 피해 면적을 축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피해 면적이 커질수록 정부의 복구 예산과 보상금 규모가 늘어 나기 때문에 고의로 축소했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도 나온다.


실제 화재가 진행될 당시 산림청의 일부 대응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달 26일 피해 면적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매일 발표하던 의성·안동지역 산불영향구역의 현황을 발표하지 않았다. 또 별도의 발표나 설명 없이 각 지자체별로 집계하던 산불영향구역 규모의 공개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화 직후 발표한 산불영향구역은 4만5천157㏊였지만, 이후 NDMS 잠정 집계에서 산림 피해 면적은 9만9천108㏊로 확인됐다. 초기 발표의 2배가 넘는다. <그래프=생성형 AI>

정부가 진화 직후 발표한 산불영향구역은 4만5천157㏊였지만, 이후 NDMS 잠정 집계에서 산림 피해 면적은 9만9천108㏊로 확인됐다. 초기 발표의 2배가 넘는다. <그래프=생성형 AI>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단순히 이번 산불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피해 규모 예측이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산림청 고위관계자는 "이번 경북산불은 화선이 급격히 길어지면서 열화상 드론과 헬기 등으로 산불영향 면적을 촬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드론과 헬기가 특정 지역을 지난 뒤 화선이 다시 늘어나 놓친 경우도 있었고, 산불영향 면적 측정 당시 괜찮았던 나무들이 강한 열풍에 의해 고사하면서 추산했던 규모보다 실제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경북산불에 투입됐던 진화 헬기 수가 2022년 울진·삼척산불 때 동원된 헬기 수보다 적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송옥주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북산불 현장에 누적 투입된 진화 헬기는 665대다. 이는 2022년 울진·삼척 산불 누적 헬기 투입 대수(683대)보다 적은 규모다. 헬기는 산불 진화의 핵심 장비로 꼽힌다. 대형 산불의 경우 산 능선을 따라 번지는 경우가 많아 지상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다. 특히 진화 초기에는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 산불 확산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화장비 동원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산림당국은 비슷한 시기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한 점을 이유로 든다. 앞서 지난 10일 임상섭 산림청장은 국회 농해수위 회의에서 "경북산불의 경우, 경남 산청·하동, 김해, 울산 울주 등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해서 투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소명했다.


이에 학계와 지역사회 등에서 빈번한 산불 발생과 대형화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옥주 의원도 "올해 헬기 도입과 운영예산 삭감에도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산불에 대비한 인력과 장비 확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중·대형급 산림헬기 6대와 인공지능(AI) 감시카메라 30대, 드론 45대, 다목적 산불진화차 48대 등을 추가 도입해 산불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산불과 관련한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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