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크보빵 불매운동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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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9  |  수정 2025-05-29 07:07  |  발행일 2025-05-29 제23면
“노동자의 피 묻은 빵은 먹지 않겠다.”

한국프로야구(KBO)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3월 출시 이후 1천만 개 이상 팔렸던 SPC삼립의 '크보(KBO)빵'이 야구팬들의 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SPC삼립 경기 시흥시 시화 공장에서 지난 19일 오전 3시쯤 50대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켓몬 빵' 등으로 양산빵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SPC 계열사에서 근로자가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불과 4년 사이에 이 그룹의 근로자 3명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비슷한 이유로 생명을 잃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022년 노동자 사망 사고 때 대(對)국민 사과를 통해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 수립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위원회를 만들어 안전경영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또, 안전시설 확충을 위해 올해까지 1천억 원투자도 약속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크보빵은 '프로야구 1천만 관객 시대'를 맞아 KBO와 SPC삼립이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다. 9개 구단별 특성을 살린 제품으로 빵과 함께 선수 얼굴이 담긴 띠부실(탈부착 스티커)도 넣어 야구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였다. 하지만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노동자의 피 묻은 빵에 선수들의 얼굴을 끼워 팔지 말라”며 크보빵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민들의 공분을 안다면 SPC그룹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을 내놔야 한다. 더는 '죽음의 빵공장'이 돼선 안 된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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