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에서 결혼할 때 평균적으로 1천645만원 가량의 계약금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남의 주요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면 평균 3천400만 원이 넘는 거금이 필요하지만, 대구에서는 그 절반 수준으로 예식이 가능하다. 고물가 속 '웨딩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구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가성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예비부부들이 사전에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은 여전히 낙후된 상태다.
◆1천645만 원의 경쟁력…서울 강남과 '2배' 격차
29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결혼 서비스 실태 분석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평균 결혼 계약 금액은 1천645만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 평균인 2천101만 원보다 약 450만 원 저렴한 수치다. 특히 가장 비싼 서울 강남(3천409만 원)과 비교하면 대구의 결혼 비용은 48% 수준에 불과하다.
품목별로 보면 인적 서비스인 메이크업에서 격차가 두드러졌다. 대구의 메이크업(본식+촬영) 평균 가격은 44만 원으로, 전국 평균(76만 원)의 60%에도 못 미쳤다. 반면 스튜디오(140만 원)와 드레스(150만 원)는 각각 전국 평균(135만 원, 155만 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대구 중구 대봉동 웨딩거리에서 만난 예비신부 박순영씨(31·직장인)는 "서울 친구들이 메이크업 비용으로만 100만 원 가까이 쓴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대구는 확실히 인건비가 포함된 항목에서 체감 비용이 낮다"고 말했다.
◆대관료·식대도 '전국 최저 수준' 형성
예식장 운영 비용에서도 대구는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구 지역 예식장의 평균 대관료는 200만 원으로, 전국 평균인 300만 원보다 100만 원이나 낮다. 예식 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인당 식대 역시 대구는 5만5천000원으로 전국 중간 가격(5만 8천원)을 밑돌았다. 하객 300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식대에서만 전국 평균 대비 약 100만 원의 추가 절감이 가능한 셈이다.
이러한 낮은 원가 구조 덕분에 대구는 인근 경상도 지역(평균 1천209만 원)과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실속 있는 결혼이 가능한 거점으로 분류된다. 주말 대구시내의 한 예식장 상담실에서 만난 강선영씨(34·자영업)는 "식대 3천원 차이가 하객 300명이면 90만 원인데, 대관료까지 합치면 서울보다 수백만 원은 아끼는 셈"이라며 "식대 부담이 적어 하객 보증인원을 잡을 때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전했다.
◆가격표 없는 시장…업체 63% "공개 거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성은 여전히 장벽에 막혀 있다. 이번 조사 대상 업체 522곳 중 가격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곳은 36.4%에 그쳤다. 결혼식장만 떼어 놓고 봐도 공개율은 45.9%로 절반에 못 미친다.
업체들이 가격을 숨기는 가장 큰 이유는 '표준화의 어려움'(56.6%)이었다. 이어 '경쟁사 노출 우려'(28.6%)가 뒤를 이었으며, 내부 정책이나 제휴업체와의 관계를 이유로 비공개를 고수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가 저렴한 대구 시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많은 업체에 일일이 견적을 문의해야 하는 '발품'이 강요되는 구조다.
웨딩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대구 거주 예비부부들은 "홈페이지에 가격이 적힌 곳이 거의 없어 전화를 돌리거나 직접 방문해야만 정확한 견적을 알 수 있다"는 불만을 공유하고 있다. 5년간 1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 대구 웨딩 산업의 로드맵은 가격 투명성 확보 여부에 따라 향후 경쟁력이 갈릴 전망이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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