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압둘라 외잘란(78)이란 사람을 기억하는가? 그는 1980년대, 90년대에 활동한 튀르키예 쿠르드족 테러리스트가 아닌가. 지난 40년간 그의 테러로 죽은 사람이 4만명이 넘는다. 그는 튀르키예 쿠르드족의 무장조직 쿠르디스탄노동당의 지도자로서 쿠르드족 해방을 위해 투쟁한 혁명가다. 튀르키예 총 인구 중 쿠르드족은 15~20% 정도 되며 쿠르드인 중에 그를 존경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1999년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체포되어 튀르키예로 압송,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는 이스탄불 남쪽 임랄리 섬 교도소에 25년째 수감되어 있다. 튀르키예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 사형제도를 폐지하려고 하던 때라 그는 종신형으로 감형되었다. 철창 안에서도 많은 저서를 내었고 최근에는 획기적인 사상의 변화를 보였다. 그는 무장투쟁을 접기로 했다. 국가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에 새로운 이념 즉 '민주적 연합주의'란 것을 제안했다. 생태적 삶과 성평등이 실현되는, 경계 없는, 공동체 기반의 민주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외잘란은 그 외로운 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측근과 비밀 협상을 벌여왔다. 그 결과 지난 11일 이라크의 한 산속에서 쿠르드족 전사 수십 명이 모여 무력투쟁의 포기와 쿠르디스탄노동당의 해체를 선언하고 무기를 불태우는 '식'을 가졌다. 이제부터는 꼭 민주적 정치 및 법률에 의해서만 자유, 민주주의, 사회주의를 쟁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식에는 튀르키예 및 이라크 관리도 참석했다. 이들의 결의가 실현된다면 튀르키예 국내 안보의 가장 위협적인 장애물이 제거되는 셈이 된다. 이 행사는 앞으로 쿠르드인이 튀르키예와 벌일 평화협정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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