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생회복 지원금(소비쿠폰)이 21일부터 지급된다. 총12조1천709억원의 나랏돈이 10월 중순까지 2차례에 걸쳐 살포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지원금을 포함해 32조원에 달하는 2차추경예산안을 지난 4일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 1인당 15만~55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하금'이란 비판도 있다.
골목상권이 어렵고, 서민경제가 핍박한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내수 소비를 진작하고 침체된 경제에 마중물 역할을 할 추경도 필요하다. 문제는 한국경제가 마냥 이런 식으로 돈을 뿌려서 지탱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부채는 민주당 정부가 주장하듯이 만만히 볼 수치가 아니다. 이미 빚더미에 올랐다. 우리 정부재정은 수년 째 지출이 세입을 초과한다. 이번 2차추경도 빚을 내 꾸린다. 추경까지 포함하면 국가 채무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49.1%로 50%에 육박한다. 통계 변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년전 30%대에서 문재인 정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급증했다. 더구나 지방정부, 공공기관, 군인·공무원 연금 부채까지 합치면 국가 부채율은 무려 124%에 달한다. 위기의 수준을 이미 넘고 있다.
돈을 살포하는 방식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베네주엘라나 과거 유럽의 특정 나라처럼 국가파산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빚을 내서 나라경제를 꾸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분배도 성장이 받쳐야 가능하다. 말(馬)이 마차를 끌지, 마차가 말을 끌고 갈 수는 없는 법이다. 한국경제는 수출 비중이 내수에 비해 훨씬 크다. 이재명 정권은 '돈을 뿌리는 방식의 경기 부흥책'을 이번 한번 만으로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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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부동산 안정화 TF…지방부터 살려라
국민의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그저께 1차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TF는 서울 아파트 대출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이재명 정부의 첫번째 부동산 대책인 '6·27 대출 규제'가 각종 부작용을 유발하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집값을 잡겠다던 역대 진보 정권의 정책이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경험도 있기에, 국힘의 부동산 안정화 TF는 시의적절한 것이다.
관건은 결실을 맺는 것이다. TF가 정부 정책의 실패만 부각시켜서는 안된다. 최선의 대책을 찾고, 소수 야당이지만 정치력을 발휘해 자체 발굴한 대책이 정책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서울은 수요가 넘쳐나 가격이 급등하는 반면 지방은 공급과잉으로 미분양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안정화대책이 달라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히 TF 위원장을 맡은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수도권과 지방의 이원화 대응을 말하고 있다. 세제·금융·주거 인프라 전반에 걸친 지역별 맞춤형 대책이 없다면 지역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다는 인식이다. 지방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만 국토균형발전에 부합한다. TF는 지방 부동산시장을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권 의원은 대구시장 재임때 내줬던 수많은 아파트 인허가가 공급과잉을 불러 일으켜, 지금 대구가 전국에서 부동산경기가 가장 나쁜 도시가 됐다는 것에 대한 부채의식을 갖고, 지방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해법을 찾길 바란다. TF가 반드시 국민이 수긍할만한 결과를 내, 추락하는 국힘 지지율을 회복하는 계기도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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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義死者 박건하, 학교폭력근절 위한 교육에 활용하자
지난 1월 대구시 달성군 서재리 저수지에서 물에 빠진 친구 3명을 구조하고 숨진 고(故) 박건하군이 남긴 울림이 해외 교포들의 마음까지 파고 들었다. 최근 캐나다에 거주하는 교포 김토마스씨는 자신이 작사하고 인공지능으로 만든 노래 '의로운 소년, 박건하'를 영남일보에 보내왔다. 그는 "어린 소년의 빛나는 삶이 숭고하다고 여겨졌다. 이 험한 세상에 보석처럼 아름다운 삶을 수놓았다"고 노래를 만들게 된 심정을 밝혔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뛰어놀던 13살 중학생은 저수지 얼음이 깨지며 친구들이 물에 빠지자 망설이지 않고 낚싯대 등을 이용해 친구 3명을 차례로 구조했고, 다른 한 명을 구하려다 숨졌다. 개인주의와 성적우선주의가 앞서는 세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타적인 행동이었다. "네가 걸어 들어간 물속은 차가웠지만, 그 안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라는 가사는 친구와 무슨 일을 해도 활짝 웃는 소년이 마지막 순간에 가졌을 마음을 들여다 보는 듯 하다.
지금 우리는 학교폭력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대구지역 학교폭력심의 건수는 2022년 863건에서 2023년 923건으로 늘었으며, 지난해는 1천79건이나 됐다. 학교라는 사회는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끼리 집단을 형성하다보니 소외되는 아이가 생겨날 수 있고, 학생들간 서열정리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충돌을 소통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이타심이다. 박건하군이 보여준 바로 그 마음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올 3월부터 전국 최초로 갈등조정지원단을 구성해 학생들이 대화를 통해 갈등을 스스로 해결토록 하고 있다. 갈등조정지원단에서 박건하군의 이야기와 노래를 학생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가교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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