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포항공대)이 글로벌 수준의 교수 확보를 목표로 조기 정년연장 제도를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학계와 산업분야에서 두뇌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시도되는 것이라 의미를 더하고 있다. 포스텍은 최근 50대 교수 4명에 대해 65세 정년을 70세까지 미리 연장해주는 결정을 내렸다. 국내 대학 최초이다. 대상 교수들은 물리학, 신소재, 빅데이터, 기후위기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 논문을 다수 발표한 석학들이다.
'두뇌 유출'(brain drain)은 근년들어 심각한 상황이다. 이공계 미국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해 3만5천명이 유출된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의 석·박사급 미국 영주권 취업비자(EB-1·2) 발급 건수(2023년 5천684명)는 인도 중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 4위다. 인구 10만명 기준으로는 이들 국가 보다 10배나 많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및 SK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한국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고급 두뇌 유출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포스텍은 정년 연장과 별도로 나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고급두뇌 유치를 위해 정착금 지원을 비롯한 파격적 대우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인재 유출이 만성화되면 국가 경쟁력에는 치명적이다. 포스텍의 정책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포스텍은 특히 수도권과 이격된 도시, 포항에 소재해 국가균형발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해외에 산재한 한국 인재를 불러들이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의 고급 두뇌도 유치하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과학 기술을 선도하지 않고는 국가의 미래 생존이 불투명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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