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가게에서 먹거리를 구입하고 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휴일인 27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가게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지난 주말 폭염에도 많은 시민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장보기에 나서면서 모처럼 전통시장이 붐볐다. 다만 일각에서는 담배 등 내수진작 취지와는 맞지 않는 물품 구매가 이어지면서 정부에서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휴일인 27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서문시장에는 장을 보려는 시민으로 북적였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부착된 점포가 많았고, 소비쿠폰 사용 가능 여부를 묻는 고객의 질문도 많았다는 점이다. 박모(여·51·대구 북구)씨는 "소비쿠폰으로 가족과 함께 먹을 음식을 사러 나왔다. 날도 덥고 물가도 올라 힘들지만 정부에서 준 돈이 조금이나마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식품매장뿐 아니라 옷가게·잡화점 등도 북적였다. 한 옷가게 사장은 "소비쿠폰이 발급된 21일부터 많은 분이 쿠폰을 활용해 옷을 구매해 갔다"며 "오늘(27일)은 쿠폰 발급 후 첫 휴일이라 그런지 체감상 손님이 더 많은 것 같다"며 고 했다. 반팔 티를 구매했다는 이모(여·31·대구 중구)씨는 "여름휴가 전에 옷을 하나 구매하고 싶었는데, 소비쿠폰을 옷가게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어 서문시장을 찾았다"며 "평소에는 인터넷으로 구매했는데, 쿠폰이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전통시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대개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편의점에서도 고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여러 편의점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입구마다 경쟁적으로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을 큼지막하게 표시해 놓고 있었다. 소비쿠폰은 편의점 품목별 매출에도 작은 변화를 가져다 줬다. 특히 정육과 양곡 등은 평상시 편의점에서 잘 사지 않는 품목이지만 소비쿠폰 덕에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2∼24일 기준 GS25의 판매 품목에서 국산우육이 169%, 국산돈육은 73% 증가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냉동정육이 30% 늘었다. 이마트24에서는 쌀·잡곡 등 양곡이 136%, CU에서는 양곡이 70% 늘었다.
다만 일각에선 담배 등 비(非)필수 소비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례도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소비쿠폰으로 담배 15갑을 샀다'는 인증 사진이 공유되면서 일부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흡연지원금'이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담배 매출이 증가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소비쿠폰 '부작용' 차단을 위해 편의점 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스마트워치, 고가 전자제품, 외국산 주류 등을 소비쿠폰과 연계해 판촉하는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요 편의점은 이 요청에 따라 고가 전자기기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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