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고운사 범종 앞에서 고운사와 환산불 피해지역 현장 조사 계획과 자연복원의 필요성에 대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정운홍기자>
경북 의성군의 고운사 사찰림이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국내 최초로 자연복원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이 산불 피해지 복원에 새로운 해법이 될지 관심이다. 자연복원은 벌채나 나무 심기 등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 스스로 산림을 회복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고운사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운동연합, 강릉원주대학교는 지난 4일 의성군 고운사 범종 앞에서 산불 피해지역 현장 조사 계획과 자연복원의 필요성을 발표했다.
등운 고운사 주지스님은 "고운사 사찰림은 경사가 급하고 토양 깊이가 20~30㎝에 불과한 척박한 지역이다. 인공조림을 강행할 경우 오히려 토양 침식과 같은 심각한 환경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자연복원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산림 관리에서 숲과 야생동물 간 상호보완적 관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이번 프로젝트에서 숲의 건강성과 생물다양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국내 최초의 자연복원 모니터링 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조사 계획을 설명했다. 이어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기존 산불 피해지 복원은 산주가 요구하는 나무를 심는 방식이었다"며 "식생 회복력과 토양 안전성을 평가해 복원 방식을 결정하는 이번 자연복원 프로젝트는 산불 피해지 복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정부의 산림복구 방식은 주로 벌채와 인공조림에 집중돼 있어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생태적 부작용이 발생했다. 반면 자연복원 방식은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재정적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이들 단체들은 "숲은 생태계의 핵심이자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로서, 산림정책 수립 시 경제적 가치보다 생태적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불 피해지 복구를 두고 인공조림과 자연복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고운사 프로젝트의 결과에 따라 한국 산림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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