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시간(ET)은 한국시간(KST) 보다 13시간 늦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ET 기준 25일 12시 15분은 KST 기준 오늘 새벽 1시 15분이다. 담판의 결과를 이 지면에 담지는 못한다. 그러나 지금쯤 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있다. 무엇으로 가능한가. 잣대는 5가지다.
첫째, '동맹 현대화'와 관련 주한미군 유연화 논의는 가능하지만, 양안(兩岸) 분쟁 발발시나 대(對)중국 견제 활동에 '한국군 참여'는 동의하기 어려운 마지노선(線)이다. 둘째, 농산물 개방과 관련 지난달 합의한 것을 쉽게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미세조정까지 거부할 순 없다. 셋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합의하고 논의 개시를 공식화한다면 대단한 성공이다. 넷째, 보조금 대가로 삼성 지분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다섯째, 대북정책의 한미공조다. 최소한 '북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길을 한번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그 '길'이 '트럼프 노벨평화상 추천'과 '경주 APEC 계기 북·미 회동' 등의 획기적 제안이고 이에 대한 트럼프의 화답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새벽 담판, 무엇을 주고 무엇을 챙겼나.
부디 회담의 결과가 향후 트럼프의 변덕에 의해 오락가락하지 않고 '최종적이고,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결론'이 되었기를 바란다. 한미 통상협상 및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여러 번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행 기내에서도 "그 얘기를 왜 꺼냈는지 어떻게 다 얘기를 하겠나.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한다"며 심중을 밝혔다. 말하지 않았지만 다 안다. 입을 굳게 다물고 강한 의지로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
◈ APEC 통한 문화산업의 경제 성장 동력화, 시동 걸었다
APEC 정상회의 최초로 문화산업 분야 의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대화가 26일부터 사흘간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주재하는 이번 행사는 APEC 21개 회원국 문화산업 분야의 장관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여 문화창조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담은 결과문도 채택한다. 문체부 등은 이번 행사의 '신설'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경제 분야 협의체인 APEC이 주요 분야로 문화산업의 가치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는 한류가 절정인 상황에서 마련된 만큼 성공적 개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 장관이 "고위급 대화는 한국이 가진 풍부한 문화 경험과 창의성을 세계와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문화가 경제를 견인하는 새로운 협력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한 데서도 기대감이 엿보인다. 이미 한류 열풍이 몰고 온 긍정적 영향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K-POP의 성공은 단순히 한국 음악 시장의 확장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수출을 촉진하고, 관련 산업을 성장시키는 등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음악과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영화, 문학, 음식, 미용 등으로 그 영향력을 급속히 키워가고 있다.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커졌다. BTS, 블랙핑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관광하는 것은 물론 한국인들이 무엇을 먹고, 입고, 노래하는지에도 관심을 보인다. 현재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한류를 대한민국의 새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이번 행사에서 문화창조산업을 APEC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과 지역 성장 방안도 논의하길 바란다. 문화의 힘이 국력인 시대다.
◈ 대구 공무원 응시 자격…거주지 제한하는 게 맞다
윤영애 대구시의원이 최근 서면 시정질문을 통해,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인력 채용 시 거주지 제한을 폐지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대구시에 촉구했다. 대구시는 작년 하반기부터 공무원 및 산하 4개 공기업(교통공사, 도시개발공사, 공공시설관리공단, 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직원 채용 요건에서 거주지 제한을 폐지했다. 당시 대구시가 내세운 명분은 우수한 인재 영입과 대구사회의 폐쇄성 극복이었다.
지방직 공무원 채용 요건에서 거주지 제한을 폐지한 곳은 서울과 대구 뿐이다. 이 때문에 대구 청년들은 서울 이외 지역의 공무원 시험을 볼 수 없는 반면, 대구 공무원 시험 때는 전국에서 온 청년들과 경쟁해야 했다. 서울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민간 부문 일자리라도 많지만, 대구는 그렇지도 않다. 대구시의 거주지 제한 폐지가 지역 청년들의 취업기회를 좁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구 취업준비생들은 거주지 폐지 방침에 대해 "대구시가 지역 청년 일자리를 보호하지 않고, 다른 지역 청년들을 불러 들이겠다는 게 말이 되나", "대구에 기업을 대거 유치해 민간 일자리라도 많이 만들어 놓고 그런 조치를 하라", "공무원되려고 대구 남았는데, 대구를 떠나라고 등을 떠민다" 는 식의 불만을 쏟아냈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만 20대 3천390명이 대구를 떠났다.
이런 현실 때문에 윤영애 대구시의원 뿐 아니라 대구시 새공무원노조도 지난 5월 성명을 통해 거주제 제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에는 대구공무원노조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대구시는 이같은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대구 청년들이 취업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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