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혈연의 강, 두만강과 압록강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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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7 11:27  |  수정 2025-08-27 22:35  |  발행일 2025-08-27

2004년 두만강과 압록강을 처음 마주했다. 이듬해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 1년간 살면서 여러 번 두 강을 따라 오르내렸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진 귀국해서도 거의 매해 이 지역을 탐방했다. 백두산 발원지에서 시작해 북동쪽으로 투먼, 돈화, 훈춘, 남서쪽으로 룽징, 허룽, 창바이, 지안, 콴텐, 단둥 등지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4박5일간은 6년 만의 여정이었다. 두강은 한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특히 이민족과의 접경지역이기에 기구하고 애틋한 사연이 흘러 넘친다. 이기영의 '두만강',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김탁환의 '압록강' 등 두 강을 배경으로 한 훌륭한 소설들이 나왔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조선족 동포작가 류연산이 쓴 '혈연의 강'은 기록문학으로서 단연 압권이다. 그 책을 끼고 오간 거리가 1만 km는 족히 넘을 것같다.


중국 동북3성이 "우리 땅"이라면서 외쳐대는 한국 여행객과 탈북을 시도하는 북한 주민 탓에 중국은 조·중 변경지대 경계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북한에선 지난 6월엔 없던 감시카메라를 두 강변 곳곳에 설치했다. 해마다 철의 장벽은 높아지고 늘어나고 있었다. 북한 쪽 마을을 자세히 보니 건물과 간판의 구호가 많이 바뀌었다. '알곡 증산투쟁은 애국', '쌀로써 우리의 혁명을 보위하자'. '신심과 락관을 가지고 당을 받드는 애국농민이 되자'와 같은 '먹사니즘' 구호가 많이 눈에 띄었다. '자력자급' '일심단결' '사회주의 만세' '공산주의 길로 가자' 같은 구호는 자력갱생과 현 체제로 식량부족의 위기를 타개하자'는 다짐이리라. 하지만 녹록지 않을 것이다. 남한은 1995년 김영삼정부 때부터 매년 북한에 무조건 식량을 지원했다. 이후 구상권을 조건으로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수천억까지 늘었다가 이명박·박근혜정부 들어 수백억원대로 줄었다. 다시 문재인정부 당시 늘어났으나. 윤석열정부 때는 재작년 9억원, 작년은 0원이었다.


작년 북한에선 7월 말 사상 최대의 홍수가 났다. 강이 범람해 1천여 명의 사상자에 1만여 명의 1년 식량분이 사라지고, 농경지 3천여 ㏊, 살림집 4천여 세대가 유실됐다. 압록강 최하류 위화도, 어적도, 구리도 등지의 비옥한 하중도(河中島) 농경지가 모두 물에 잠겼다. 이에 북한은 국가 총동원령을 내려 모든 제방 둑을 다시 쌓거나 높이고 1만5천여 세대의 주택 등을 새로 지어 재건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남한의 식량 지원은 거부했다. 남북 관계가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압록강에 시체가 떠내려가도 밀가루 한포대 안 준 놈들"이라고 욕하던 북한의 대중국 관계도 개선의 기미가 엿보인다. 실제로 지안 광개토대제비 주차장엔 북한 일주 관광상품 간판이 보였고, 조·중 친선교로 트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왕하고 있었다. 평양-베이징 열차도 5년만에 최근 재개됐다. 2015년 완공됐지만 개통을 하지 않고 있는 조·중 압록강 대교도 10년만에 개통이 가능할 것이란 희망에 차 있었다.


하물며 중국도 이럴진대 우리가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한반도는 작금 6·25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적대적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한·미·일, 북·러·중 연합이 고착화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북·미 관계 개선에 관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에 트럼프가 "올해 안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화답했다. 平和(평화)의 한자 풀이는 '쌀(禾)을 골고루(平) 나눠먹는(口) 것'이다. "밥이 하늘"이라고 한 동학의 가르침을 되새길 때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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