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책 없는 고교학점제 논란, 학생 진로 도움되는 제도인가

  •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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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3 19:28  |  발행일 2025-09-23
학업성취율 40% 이상 충족 기준 따른 문제 발생
학점 이수 위해 학교 시험 수준, 의도적으로 낮출수도
학생에 이른 진로 선택권 쥐어줘, 재결정 기회 있어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6일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열린 시도교육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6일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열린 시도교육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첫 시행된 고교학점제가 한 학기를 마쳤지만 현장에선 혼란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도입 취지와 달리 학업성취율 기준, 교사업무 과중, 학생 선택권 제약 등 여러 문제점이 동시다발적으로 표출되고 있어서다. 제도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대구에선 95개교(고1 1만9천148명)가 고교학점제에 참여 중이다. 대학처럼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3년간 192학점 취득)에 도달하면 졸업이 인정되는 제도다. 1학년 때 공통과목을 듣고 2~3학년 때는 선택과목을 택한다. 과목별로 출석률 3분의 2 이상,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만 학점 취득이 인정된다.


2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계는 고교학점제 '학점 미이수'에 따른 문제를 크게 걱정한다. 학업성취율 40% 이상 충족이라는 이수 기준이 추가되면서다. 그간 출석률만 봤지만, 고교학점제에선 학업성취율 미충족 시 학점을 취득할 수 없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일부 학생의 학업성취율을 끌어올리려면 학교는 보충수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추가 지도를 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선 업무에 부담이 간다. 최악의 경우 향후 학점 미이수로 졸업을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교사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발표하려다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대구 한 고교 교사는 "학업성취율 40% 이상 충족을 못하면 학교는 이수하도록 시험문제 수준을 낮춰야 한다. 학업 수준이 하향 평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로 시험 수준을 기존대로 유지하면 학점 미이수 학생이 많아진다. 학교는 미이수 학생이 많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험 수준을 낮춰야만 한다. 학생에게 득이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학생 입장에서도 고교생활이 대학입시로 직결되다 보니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유리한 과목으로 몰리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여기에다 많은 교과목 탓에 진로와 그에 따른 과목 선택도 쉽지 않다. 고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2학년 때 특정 진로를 선택하면, 교육과정이 진로와 연계돼 이어진다. 하지만 도중에 진로를 재결정하면 방향 바꾸기가 어렵다"며 "학생에게 진로 선택권을 너무 일찍 주고, 차선책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교조는 지난 12일부터 고교학점제 폐지를 위한 전국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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