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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TK)이 대한민국 미래 산업 지도를 바꾸는 '글로벌 협력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의 내수 중심 산업구조를 넘어 해외 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인바운드' 협력과 지역의 유망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아웃바운드' 협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지역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인공지능(AI), 2차전지, 로봇, 미래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파트너십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면서 TK는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적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포항에 AI 심장을 심는다
TK 글로벌 협력의 화룡점정은 단연 포항에 들어서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이다. 이 프로젝트는 챗GPT 신화의 주역인 미국의 'OpenAI'와 대한민국 대표 IT 기업 '삼성', 그리고 국내 AI 인프라 강소기업 'NeoAI Cloud'가 손을 잡은 초대형 사업이다. 투자 규모만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단순한 시설 건립을 넘어 대한민국이 AI G3(주요 3개국)로 도약하는데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TK에 구축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기업들이 포항을 선택한 배경에는 풍부하고 안정적인 전력망과 우수한 R&D 환경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포항시는 철강 산업을 통해 다져진 강력한 산업 인프라를 AI 시대의 심장인 데이터센터를 품는 기반으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다. 이번 유치는 건설, 장비, 소프트웨어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은 물론, 양질의 IT 전문 인력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와 '철강 도시' 포항의 산업 DNA를 'AI 혁신 도시'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TK 기업들 기술력으로 세계 공급망 진입
해외 자본 유치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들의 글로벌 영토 확장도 눈부시다. TK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월드 클래스' 기업들은 기술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2차전지 양극재 선도기업 엘앤에프도 글로벌 협력을 통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엘앤에프는 일본의 미쓰비시 케미컬 그룹과는 차세대 음극재 공동 개발에 나서고, SK온과는 중장기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공급 MOU를 체결하는 등 전방위적인 협력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사례로 평가 받는다. 엘앤에프는 오는 22일부터 대구 엑스코서 열리는 'FIX 2025'에서 2026년 국내 최초 양산 예정인 LFP 양극재와 세계 최초 니켈 95% NCMA 양극재를 중심으로 NCM-LFP '투 트랙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자동차 헤드램프 분야의 글로벌 강자인 에스엘 역시 TK 글로벌 협력의 대표주자다. 일찍이 미국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DNA를 심은 에스엘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건설에 발맞춰 현지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며 동반 진출의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 완성차의 해외 진출이 TK 지역 부품 협력사들의 글로벌화로 직접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다.
농기계에 더해 스마트 모빌리티 복합 기업 변신 중인 대동 또한 북미, 유럽, 캐나다 등 현지 법인을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며 TK 기업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구정책연구원 김광석 경제산업연구위원은 "미래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 기업을 집중적으로 유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대구와 경북이 현 정부의 AI 강국 실현을 위한 산업정책을 지역 차원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AI-로봇 융합 산업을 착실히 준비해 온 결과가 이 같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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