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범죄에 대한 정부의 대응 현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에 구금됐던 한국인 60여 명이 우리 정부가 보낸 전세기를 통해 18일 새벽 국내로 송환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범죄의 온상이 된 불법 온라인 구인 광고를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해 차단하고, 주요 포털사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들이 한국시간 18일 새벽 2시쯤(현지시간 0시) 전세기를 타고 프놈펜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변수를 배제할 수 없지만 캄보디아 측과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송환 대상은 당초 알려진 59명보다 늘어난 60여 명 전원으로, 이들 대부분은 한국 사법당국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신분이다. 특히 위 실장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가 내려진 사람도 있으며, 제가 알기로는 모두가 체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범죄 혐의자 수보다 훨씬 많은 수의 경찰 호송 인력을 전세기에 태워 보냈다. 송환 대상자들은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한국 정부의 체포영장이 집행돼 호송 과정 전반에 걸쳐 엄중한 법적 절차를 밟게 된다.

캄보디아에 구금된 한국인 2명이 국적기를 통해 송환된 17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이민청의 모습. 경찰청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의 범죄단지 단속을 통해 적발돼 이민청에 구금됐던 한국인 2명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됐다. 현재까지 63명 중 4명이 송환되면서 남은 구금자는 59명이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송환 작전과 함께 범죄의 근본적인 고리를 끊기 위한 선제 조치에도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캄보디아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 구인 광고를 긴급히 삭제하라"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 등에 지시했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는 캄보디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범죄 조직이 다른 동남아 국가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다. 관련 기관들은 불법 광고 사이트를 집중 모니터링해 포털 사업자에게 삭제를 요청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정부합동대응TF-포털 협의체'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자율심의 및 차단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 수석은 "이번 조치를 통해 국민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송환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도록 후속 대응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위성락 실장은 "현지에 남아있는 범죄 연루자들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라며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설치, 지속적인 단속·검거 활동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과 같은 한국인 대상 범죄를 뿌리 뽑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송환을 위해 정부합동대응팀은 캄보디아 총리 및 외교·내무부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긴밀한 협조를 구했으며, 박일 전 주레바논대사가 팀장으로 현지에 파견돼 피해 대응을 지휘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