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줬지만 쓸 데가 없다”…어르신스포츠상품권, 디지털 장벽에 막혀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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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4 17:37  |  수정 2025-11-05 07:04  |  발행일 2025-11-05
경주시, 2억4천700만원 예산 투입했지만 신청자 적어
어르신스포츠상품권, 앱 설치·QR결제 등 절차 복잡
등록부터 사용처 찾기까지, 어르신에겐 여전히 ‘디지털 미로’
A씨가 제로페이 앱에서 어르신 스포츠상품권을 검색했지만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른쪽 지급받은 15만원은 그대로 남아 있다. 독자 제공

A씨가 제로페이 앱에서 '어르신 스포츠상품권'을 검색했지만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른쪽 지급받은 15만원은 그대로 남아 있다. 독자 제공

"쓸 곳이 없어요. 경주에는 결제할 수 있는 곳이 안 보입니다." 최근 '어르신 스포츠상품권'을 지급받은 경주 사정동의 A(65)씨는 휴대폰을 꺼내 지도를 보지만 사용처를 찾지 못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정부(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가 노년층의 건강 증진을 위해 추진 중인 어르신 스포츠상품권 사업이 '디지털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기초연금 수급자 등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최대 15만원을 지급했지만 앱 설치부터 결제 절차까지 복잡해 실질적인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오전 A씨는 제로페이 앱에서 어르신스포츠상품권 버튼을 눌러 검색했지만 경주시 전역에서는 결제 가능한 체육시설이 표시되지 않았다고 제보했다. 그는 첨성대, 시청 일대 지도상에는 마커 하나 보이지 않았고 쓸 수 있는 사용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어르신 스포츠상품권 공식 홈페이지에는 경주지역 내 탁구장, 헬스시설, 골프연습장 등 100여곳의 체육시설이 등록돼 있다. 실제로 제로페이 지도 앱을 휴대폰에 설치해 '어르신 스포츠상품권 필터'로 검색해본 결과 지도상에는 여러 곳의 사용처가 나타났다. 다만 지도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때마다 표시 지점이 새로 로딩되고 '지역 재검색'을 눌러야하는 구조여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사용처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앱 설치, 본인 인증, 사용처 찾기, QR 결제, 잔액 확인까지 이어지는 절차가 큰 벽이 되고 있다.


경주시는 올해 이 사업에 국비를 포함해 2억4천700만원을 투입했다. 처음엔 기초연금 수급자를 중심으로 시행했으나 신청률이 낮아 65세 이상 전체로 확대했다. 지난 9월 기준 65세 이상 6만9천639명 중 신청자는 937명에 그쳤다.


지역 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복지화폐는 지급보다 접근성이 중요하다"며 "결제처 확대보다 먼저 어르신이 직접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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