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기 임대계약 해지 후에도 ‘자동이체·폭탄 청구’… CMS 구조 악용 논란

  •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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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1 17:38  |  발행일 2025-12-01
영업 중단된 온천업장 복도에 방치된 오락기<생성형 AI 제작>

영업 중단된 온천업장 복도에 방치된 오락기<생성형 AI 제작>

오락기 임대업체가 계약 해지 이후에도 자동이체를 중단하지 않거나 기계 회수를 고의로 미루다가 수년 뒤 거액을 청구하는 분쟁이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경북 성주군에서 온천업장을 운영했던 A씨는 지난 2019년 4월, B사에 오락기 3대를 월 9만9천원에 임차했다. 이후 2021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중단을 앞두고 B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계약기간 임대료는 법인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납부했고, 세금계산서도 법인 명의로 발행됐다. 그러나 B사는 A씨의 해지 요구에도 불구, 자동이체 해지를 하지 않은 채 수개월간 임대료를 챙겨갔고 온천이 폐업한 지난 11월 "미납 임대료와 미반납 기계대금"이라며 798만원을 A씨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계약 해지 통보와 기계회수 요청까지 했었는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다가 수년 뒤 갑자기 개인에게 부당한 청구를 했다"며 "악의적 방치 및 사기청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임대업체가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도 회수와 결제 중단을 고의로 미루는 전형적 '지연 청구 패턴'이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실제, 임대계약이 해지되면 기계 회수 의무는 임대업체에 있고, 자동이체 역시 업체가 CMS 시스템에서 '출금 해지'를 눌러야만 중단된다. 임차인은 결제를 강제로 막을 권한이 없다.


법무법인 중원 이윤호 변호사는 "해지 후 계속된 자동 출금은 업체 책임이며, 회수 지연을 이유로 뒤늦게 미반납 대금을 청구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분쟁이 CMS 구조의 허점을 악용하면 쉽게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CMS는 △가입 시 사업자 승인 필요 △해지 때도 사업자 승인 필수 △소비자의 임의 해지 불가라는 '가맹점 중심 구조'로 설계돼 있다. 미국 ACH나 유럽 SEPA가 소비자가 언제든지 은행에서 직접 정기결제를 해지할 수 있는 구조와는 대조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한국 CMS는 소비자보다 가맹점 보호 비중이 커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제도 개선 없이는 유사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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