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경주박물관의 가능성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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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08 07:15  |  발행일 2025-12-08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특별전 오픈런.'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지역 박물관 기획전의 오픈런 소식에 반가움을 안고 그 대열에 동참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해 마련된 전시인 만큼 APEC 열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20여 일 뒤쯤 방문했다. 평일이라 관람객이 좀 적지 않을까 라고 기대했다. 박물관 오픈 시간이 조금 지나서 갔는데도 주차장부터 북새통이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주차를 하고 입장권을 받으러 가니 대기 행렬이 꽤 길었다. 그래도 대기 줄이 빨리 줄어 당연히 바로 관람할 줄 알았다. 섣부른 판단이었다. 전시 관람 예약 입장권을 받는 줄이었다. 오후 4시 30분 입장권을 오전 11시쯤 받았다. 그동안 수차례 경주박물관을 찾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마치 서울 전시장을 찾는 듯했다.


이번 전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APEC을 위해 전 세계에서 경주를 찾는 국빈과 경제계 인사에게 우리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시이자 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신라 금관 6점을 발굴한 이후 104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선보인다는 점도 이슈가 됐다. 신라 금관은 한국에 총 6개가 있다. 1921년 금관총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후 금령총·황남대총·천마총·서봉총에서 총 5개가 출토됐고 나머지 1개인 교동 금관은 1972년 도굴꾼에게 입수했다. 그동안 이들 금관은 여러 곳에 흩어져 전시됐다. 경주박물관(3점) 외에 국립중앙박물관(2점), 국립청주박물관(1점)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이 전시의 일반 관람이 시작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연일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식당, 카페의 오픈런은 빈번하지만 전시장 오픈런은 쉽게 접하는 풍경이 아니다. 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경주라는 그다지 크지 않은 도시에 있는 박물관의 오픈런은 더 흔치 않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내년 2월까지 전시 기간도 연장된다. 일각에선 신라 금관 6점을 계속 경주에서 전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주 지역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라 금관은 경주에 있어야 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온 이후 이 의견에 동의하는 서명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금관이 모두 경주에서 출토됐기 때문에 본향(本鄕)에서 상설 전시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경주 지역 시민단체와 경주시의회도 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누적 500만 명(10월 15일 기준)을 넘어섰다. 1945년 개관한 이후 80년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달 15일까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501만6천382명) 가운데 내국인은 483만677명, 외국인은 18만5천705명이었다. 중앙박물관은 올해 관람객 기준 세계 5위권 박물관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페이퍼가 집계한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5위는 영국 테이트모던(460만3천25명)이다. 이미 그 수치를 뛰어넘었다.


경주박물관의 금관 전시에 대한 열기를 보면서 중앙박물관처럼 세계적인 박물관이 될 가능성을 엿본다. 실제 경주박물관의 지난해 관람객은 134만9천3명으로 중앙박물관 소속 13개 박물관 중 최고 순위다. 신라 금관 전시가 경주박물관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 관람객 동원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열기가 스쳐가는 바람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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