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훈 <주>지오로봇 대표가 지난 9일 대구 달서구 지오로봇 사옥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올해 대구 스타트업계를 가장 빛낸 별은 누가 뭐래도 <주>지오로봇이다. 2022년 4명의 연구원으로 시작한 지오로봇은 불과 3년만인 지난 3일 '제9회 대구스타트업어워즈'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현장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지오로봇 부스를 찾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지오로봇 강태훈 대표를 지난 9일 대구 달서구 지오로봇 사옥에서 만났다. 경영자(CEO)가 아닌 연구자로 본인을 소개한 그는 지오로봇 성공 스토리와 창업 뒷사정, 그리고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 등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스타트업어워즈 대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대구에 훌륭한 기업들이 많은데, 우리가 이 상을 받아도 될 지 모르겠다. 앞만 보고 달려온 3년이었다.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겠다."
▶지오로봇에 대해 소개해 달라.
"지오로봇을 창업한 지는 3년 반 정도 됐다. 현 사무실로 이사 온 지는 2년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출신 4명의 연구원이 의기투합 해 시작했다. 로봇과 IT(정보기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을 만든다. 물류산업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곧 이 로봇에 로봇팔까지 얹으려고 한다. 이동식 협동로봇, 즉 '세미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단순히 이동형 로봇(AMR) 회사로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로봇에 다양한 소프트웨어(SW)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대표작인 '모바일 워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모바일 워커(Mobile Worker)는 모듈형 자율주행 이동 로봇으로, 전(全)방향(omni-directional) 구동 방식을 채택해 생산 공장은 물론 병원, 백화점 등 좁고 복잡한 실내 공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이동뿐만 아니라 로봇 대 로봇, 로봇과 인간이 협업할 수 있는 '힘반응'(물체에 힘을 가했을 때 그 힘이 회전 상태에 일으키는 변화)이 핵심 경쟁력이다. 이 힘반응을 통해 로봇을 단독으로 쓸 수도 있고, 레고 블록처럼 여러 대의 로봇을 연결하는 등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로봇의 모듈화를 통해 수요처 입장에선 유휴장비를 줄이고 초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이 잘 되는 점도 장점이라 하겠다."
<주>지오로봇의 이동형 로봇인 '모바일 워커'가 제조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모습. <지오로봇 제공>
▶대구(지방)에서 기업 운영이 어렵진 않았나.
"쉽진 않았지만, 오히려 대구라서 좋은 점도 있었다. 흔히들 대구에 대기업이 없다고 하지만, 산업별로 보면 좋은 기업은 많다. 섬유와 자동차부품 쪽에는 내로라하는 중견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은 자기 분야 한정으로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낼 역량을 갖췄다. 지오로봇은 자체 기술력으로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수량을 늘리는 건 다른 얘기다. 중견기업들은 신사업을 찾고자 하지만, 정작 발굴하는 건 쉽지 않다. 관성도 있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해서다. 지오로봇이 이들에게 신사업 및 새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로봇의 바퀴를 만드는 <주>진양오일씰은 국내 고무·플라스틱 선도기업이다. 진양오일씰의 사업군에서 로봇 확장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우리도 아무리 싸고 좋게 만들려고 해도 고무만 고민하신 분들의 기술력을 따라갈 순 없다. 우리는 진양오일씰과 1년 6개월가량 협업했고, 곧 로봇 바퀴 6종이 나온다. 지오로봇은 우수한 품질의 로봇 바퀴를 갖게 됐고, 진양오일씰은 신사업을 확보했다. 또, 기계·자동차부품 등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역량 있는 분들은 새 일자리를 타 지역에서 찾진 않는다. 이런 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도 제공해 드릴 수 있다. 물론 지방에서 고급 인력 확보는 쉽지 않지만, 지오로봇의 가능성을 보고 수도권에서도 핵심 인력들이 넘어와 준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삼성과의 협업도 화제다.
"지난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삼성전자와 협업 할 기회를 얻었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Lab Outside'에 지원해 선발된 것이 계기인데, 경쟁률도 꽤 쎘던 걸로 기억한다. 그걸 시작으로 일을 키워 삼성전자 폴란드 사업장에서 협업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3t 이상 고중량 물류 운반에 대한 해법을 모색 중이었고, 지오로봇의 모듈화된 이동로봇은 완벽한 해답이었다. 우리는 6t 이상 물류도 옮길 수 있는 5m 길이 로봇을 개발·납품했고, 약 두 달간 테스트 끝에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과도 20대 규모 계약을 맺었다. 어제(지난 8일)부터 현장에 투입됐다고 들었다. 국내 로봇기업 중 삼성에 납품하는 스타트업은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 대기업과 협업하다 보니 느끼는 게 많다. 만약 대기업과 협업 기회가 있다면 주저 말고 손을 잡으라고 권하고 싶다.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그 이상의 많은 걸 얻었다."
강태훈 <주>지오로봇 대표가 그동안의 수상 실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FIX 2025'에서 대통령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대통령께서 우리 회사 제품인 '모바일 워커'를 보더니 로봇에 왜 팔이 달려있냐고 질문하셨다. 팔이 달린 이유는 작업을 여러 군데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덧붙여 지오로봇이 어떤 기업인 지도 설명드렸다. 그리고 대부분 스타트업이나 하이테크 기업들이 서울·경기에서 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지오로봇은 대구에서 시작했고 협력·일적인 부분에서 충분히 장점이 있다고도 했다. 대구에서도 반드시 좋은 유니콘 기업이 나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씀드렸다."
▶창업을 꿈꾸는 로봇 꿈나무에게 한마디.
"신랄한 것부터 먼저 말하겠다.(웃음) 함부로 창업해선 안 된다. 창업하려면 적어도 본인 기준이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딥테크(AI 등 과학기술 기반의 깊이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려는 기술 및 관련 스타트업)를 창업하려면 절대로 본인 기술에 오만해선 안 된다. 국내에서 그 분야 내로라하는 사람들과 겨뤘을 때 결코 뒤지지 않고 맞붙을 정도가 됐을 때 창업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실무 경력이 없는 사람은 창업해선 안 된다. 딥테크 기업 CEO는 앉아서 도장 찍는 자리가 아니다. 개발자가 경영자 역할도 해야 한다. 희망적인 얘기는 서울·경기에서 창업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거다. 지방에서 시작하면 주변에 비슷한 레벨의 사람(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많고, 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 특히 AI 로봇 수도를 천명한 대구에서 로봇기업 창업은 분명 장점이 있다. 확실한 아이템을 갖춘 후에 창업에 도전하길 바란다."
▶향후 계획과 목표는.
"다행히 이동형 로봇이 잘 돼, 그 라인업을 활용해 보려고 한다. 단순 이동로봇 판매 회사가 아니라 그 위에 다양한 애플리캐이션을 얹어서 물리적 AI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하드웨어는 결국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좋은 데이터를 확보해 피지컬 AI로 넘어가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로봇 발전을 논하지만, 정작 일반인이 사서 쓸 만한 로봇은 많이 존재하진 않는다. 제한된 사용자가 있는 환경인 공장 및 창고에서 데이터를 충분히 쌓은 후 일상생활 쪽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 첫 단추는 병원이다. 로봇이 일상에 나오려면 지능이 많이 필요한 만큼, 작업 및 조작 지능을 더 업그레드하는 데 집중하겠다."
▶마지막으로 대구시민에게 한 말씀.
"지오로봇의 '지오'는 한문에서 따온 것으로, '알고 깨닫다'라는 뜻이다. 단순히 로봇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제대로 알고 일을 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지오로봇은 제조회사가 아니라 연구개발회사다. 로봇과 IT계열은 물론, 일반인들도 지오로봇을 편하게 방문해 다양한 얘기와 경험을 들려줬으면 한다. 지오로봇은 항상 열려있다. 지역 기업으로서 지역 산업 생태계와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겠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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