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농막·비닐하우스 화재 빈번…‘화재 안전 사각지대’ 우려 커졌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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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1 18:47  |  발행일 2026-01-21
소방법 규제 느슨한 가건축물
전기설비 관리 미흡 등으로 불
대구서 올해 1월에만 6건 발생
지난 18일 오후 대구 북구 읍내동 명봉산 인근의 한 농막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 중인 모습. <대구소방본부 제공>

지난 18일 오후 대구 북구 읍내동 명봉산 인근의 한 농막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 중인 모습. <대구소방본부 제공>

대구 달성군의 한 농지 밀집 지역. 주말을 맞아 농막을 찾은 시민 이무영(55)씨는 최근 옆집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 씨는 "정부에서 '농촌 체류형 쉼터'라고 해서 주말에 자고 가도 된다기에 농막을 꾸몄지만, 정작 전기는 임시로 끌어다 쓰고 있다"며 "난방기를 켜놓고 잠들 때마다 혹시 불이라도 날까봐 소화기를 머리맡에 두고 잔다"고 했다.


이 씨의 불안은 대구 도심 근교에 설치된 농막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현실이다. 농막은 본래 농기구 보관이나 잠깐의 휴식을 위한 '가설 건축물'이지만, 최근 도심 생활에 지친 시민들이 유입되면서 사실상 '제2의 주거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지위와 안전 기준은 여전히 1980년대 수준의 창고용 규제에 멈춰 있다.


◆ 통계가 가리키는 경고등, 달성과 군위의 집중화


21일 영남일보 취재와 소방당국 자료를 종합하면, 최근 5년간(2021년~2026년 1월) 대구에서 발생한 농막·비닐하우스 화재는 총 94건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사고의 증가세다. 2021년 14건이었던 화재는 지난해 22건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1월 한 달 동안에만 벌써 6건의 사고가 보고됐다. 겨울철 난방기 사용 급증과 맞물려 화재 위험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특히 사고는 농지 면적이 넓고, 도시농부의 유입이 많은 외곽 지역에 집중됐다. 대구 전체 경지면적의 약 84%를 차지하는 달성군(51건)과 군위군(10건)이 전체 화재의 65% 이상을 차지했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 32건(34%)으로 가장 많았다. 쓰레기 소각이나 담배꽁초 등 '부주의'가 18건(1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정식 설계 없이 가설된 임시 배선이 고출력 전열기구 사용을 견디지 못하고 단락(합선)을 일으키는 구조적 결함이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 소방법 규제망 밖의 가설건축물, 행정의 공백


이처럼 농막 화재가 반복되는 배경엔 '가설 건축물'이라는 법적 위치가 자리 잡고 있다. 소방시설법상 농막과 비닐하우스는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스프링클러나 화재 감지기 같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소화기 비치조차 지자체의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군위군 소보면에서 농사를 짓는 박현재(62)씨는 "군청에서 가설건축물 신고는 받지만, 실제 내부에서 어떤 난방기구를 쓰는지, 소방시설은 갖췄는지 점검하러 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다들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지자체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현황 파악에 손을 놓고 있고, 소방당국은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농막은 안전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 양성화 추진하는 정부, 안전 가이드라인은 '거북이걸음'


현재 정부는 농촌 경제 활성화와 생활인구 증가를 위해 농막을 '농촌 체류형 쉼터'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결과적으로 시설 용도는 사실상 주거용에 가까워지는데, 소방 기준은 여전히 창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정책적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


한국도시농업진흥연구회 문병재 이사장은 "농막의 체류 기능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에서 이를 단순 건축 가설물로만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이제는 주거용 건축물에 준하는 소방 기준을 적용하고, 최소한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 설치를 법적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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