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논설실장
항해(航海)란 의미의 네비게이션은 정보사회 인간의 습성화된 생활패턴이다. 개인적으로 네비를 쓰는 방식이 있다. 일단 목적지를 스마트폰에 찍고 나서는 목적지 주변 지도를 탐색한다. 네거리와 동서남북, U턴 여부, 주차장 등을 살피고 머리에 완전 입력한다. 경로도 중요하지만, 막상 목적지에 도착해서 허둥지둥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구글 지도를 종종 즐겨보는 취미 아닌 취미도 있다. 베네주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으로 압송되던 중간 기착지 섬을 찾아보거나, 트럼프가 삼키고 싶다는 그린란드를 훑어보는 식이다. 재미있는 건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거나 동서남북 이리저리 방향을 돌려보는 것이다. 지도를 남북이 아닌 동서로 돌리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왜 그렇게 탐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모스크바에서 보면 우크라이라는 국경이고, 여기서 프랑스 독일을 거쳐 스페인까지 곧장 직선이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장군도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본다고 했다. 거꾸로 보면 한반도는 좌측에 일본, 우측에 중국 해안 도시들이 도열해 있고, 직진하면 태평양의 필리핀이다. 중국의 심장 옆이고, 얼지 않은 부동항을 노리는 러시아의 남쪽이다. 왜 미군이 평택에 세계 최대의 군사기지를 갖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지구상 최대의 섬이라는 그린란드가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영토로 접수하겠다는 야수를 뻗쳤기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평면 지도로 보면 아프리카 대륙만큼 어마어마하게 커 보이지만 축구공 지구본으로 확인하면 착시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반도의 10배 정도(216만㎢)에 불과하다. 이른바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에 우리가 익숙한 탓이다. 아무튼 그린란드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러시아, 노르웨이 스칸디나비아 반도, 캐나다, 미국, 영국은 완전 인접국가다. 지정학적 중심이다. 만약 모스크바에서 워싱턴DC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그 중간지점이 딱 그린란드이란다.
그린란드는 희토류 매장이 중국 다음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미래의 핵전쟁까지 염두해줬을지 모르지만, 이곳의 광물자원이나 무역항로란 비즈니스를 더 탐내는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을 북극의 중심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활개치는 것을 눈뜨고 보지 못한다는 경고다. 이는 베네주엘라의 민주화를 내걸었지만, 석유가 탐나서 마두로를 체포했다는 실토와 같다.
지구는 완벽한 구체다. 정치학에서 지오폴리틱스(Geo-Politics)가 각광받는 이유다. 서구에서 한반도는 먼 동쪽, 극동(Fareast)으로 불리지만, 지구본을 놓고 보면 별로 논리적이지 않다. 넷플리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미국을 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다뤘다. 북한쯤에서 발사된 것으로 애매하게 묘사됐지만, 목표는 미국 대도시 시카고이고 비행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물론 핵폭탄이다. 영화는 반격용 핵탄두 발사를 고민하는 미 대통령의 모습으로 끝난다.
'마크 크리치'라는 캐나다 코메디언 배우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한국은 캐나다, 그린란드에 이어 미국의 54번째 주가 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극단적 유머다. 이런 생각이 든다. 지정학적인 것은 그렇다 치고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이 차라리 다행이다고. 나라를 지키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포괄적 국력이다. 세계 10위의 경제강국, 무기와 병력으로 치면 세계 5위 군사력이 대한민국을 견디게 하는 원천이다. 늘 유념해야 한다.
구글지도를 돌려 보면
지정학적 위치가 달라져
둥근 구체인 지구에서
한반도-그린란드는 요충지
국가를 지키는 힘의 원천은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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