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3법’ 닻 올랐다…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증원법 ‘기대와 우려’ 공존

  • 이동현(사회)·최시웅·조윤화·구경모(대구)
  • |
  • 입력 2026-03-02 20:01  |  발행일 2026-03-02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판사와 검사의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법왜곡죄)이 통과되고 있다. 이날을 기점으로 재판소원제와 대법관증원법 등 사법개혁 3법이 연이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판사와 검사의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법왜곡죄)이 통과되고 있다. 이날을 기점으로 재판소원제와 대법관증원법 등 사법개혁 3법이 연이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연합뉴스

사법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꿀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증원법)이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렸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사법개혁 3법이 연달아 통과하면서 사법 시스템적 대변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 이번 법안들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사법 체계를 뒤흔들 중대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면서, 긍정적 기대와 부정적 우려가 동시에 공존하는 모습이다. 사법개혁 3법이 사회적으로 미칠 여파와 충격, 사법부에 닥칠 변화상, 사법정의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무엇인지를 법조계 목소리를 통해 들어봤다.


◆법왜곡죄…사법부 책임성 강화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 왜곡죄 주요 내용 및 쟁점. Gemini 생성 이미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 왜곡죄' 주요 내용 및 쟁점. Gemini 생성 이미지

사법개혁 3법 중 가장 먼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법왜곡죄'다. 법왜곡죄엔 판사나 검사 등이 권한을 이용해 법령을 잘못 적용하거나 왜곡할 시 처벌(10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사법신뢰 향상 측면에서 법왜곡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사건 자체에 대한 공정성과 적정성을 확립할 법적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대구대 최철영 교수(법학부)는 법왜곡죄를 두고 "그동안 검사와 판사가 사실상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최고 의사결정자'처럼 기능해온 측면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정서에 사법불신이 많이 쌓여왔다"며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사법부에 일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 자체에 공감한다. 그동안 판·검사를 지나치게 성역화해온 인식의 반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왜곡죄 적용에 따라 불거질 수 있는 법적 왜곡 판단 기준과 재판부 위축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법적 해석과 오판 등을 법왜곡죄로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고,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점 또한 논쟁거리로 불거질 수 있어서다.


최 교수는 "법률조문은 원래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 추상성을 구체적으로 사건에 적용하면서 의미를 메워가는 역할이 사법부의 해석"이라며 "정의가 완벽하게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법을 왜곡했다며 몰아세울 수만은 없다. 정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칫 법왜곡죄는 그 '양심'과 '재량판단'의 폭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재판적 오류는 1심·2심·대법원 단계를 통해 걸러질 수 있는데, 형사처벌 조항까지 두는 방식은 재판권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향후 검찰 해체에 따라 법왜곡죄를 수사하게 될 경찰의 막대한 권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이 제한되는 과정에서 경찰 권한이 크게 확대됐지만, 그에 상응하는 견제 장치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권한은 커졌는데 통제 구조는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또 다른 권력집중이 발생할 수 있다. 경찰이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원제…대법원·헌법재판소 '그 사이'


재판소원제 핵심 쟁점 사안. Gemini 생성 이미지

재판소원제 핵심 쟁점 사안. Gemini 생성 이미지

재판소원제의 큰 줄기는 이른바 '4심제' 전환(현 1심·2심·대법원 3심제)이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 소원(국민 기본권 침해)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대구에서 활동 중인 부장판사 출신 김각연 변호사는 재판소원제가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헌법적 시각에서 한 번 더 사건을 살필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헌법학계 등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제도가 국민의 권리 구제 기회를 더 폭넓게 보장하고 실질적인 득이 될 것이라는 연구와 주장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며 "비록 실무상 사실관계 판단과는 괴리가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있지만, 억울함을 호소할 곳 없는 국민에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가갈 수 있는 법적 창구가 열리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소원제가 '개인의 권리 구제'를 전격적으로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란 엇갈린 시선도 내비쳤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법률 위헌성이나 해석을 다루는 곳이다. 개별 재판의 사실 관계를 다시 판단하는 '4심 기구'는 아니다"라면서 "변호사나 당사자가 마지막 수단으로 이용은 하겠으나, 실효성보다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에 가까운 절차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끌어지는 '무한 사법 핑퐁'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대법원의 법 해석과 헌재 해석이 충돌할 경우 한 사안을 두고 몇 년씩 시간을 끄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며 "재판이 헌법소원 대상이 되면 재판부가 일반 행정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사법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도 어차피 헌재로 갈 것'이란 무력함이 퍼지면, 판사들이 재판에 임하는 책임감이 떨어진다. 재판부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시급한 것은 각급 법원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재판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지, 상부에 기구 하나를 더 두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김 변호사는 헌재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헌재는 단심제이고, 상급 기관이 없다. 이번에 통과된 다른 사법개혁안인 '법왜곡죄'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되며 견제받지 않는 신성한 기관이 됐다"며 "헌재 재판관 구성이 각종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도록 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고 강조했다.


◆대법관증원법…신속성 VS 독립성


대법관 재판부 구성 변화 등 대법관증원법에 대한 주요 내용. Gemini 생성 이미지

대법관 재판부 구성 변화 등 대법관증원법에 대한 주요 내용. Gemini 생성 이미지

대법관증원법의 큰 골자는 상고심 관련 재판 심리에 대한 신속성과 심층성에 있다. 현 14명 체제의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려 과중한 사건 부담을 줄이고 판결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대법관 1명당 수천건에 달하는 재판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전문적이고 보편화한 심리 절차를 이행하자는 게 주된 이유다.


판사 출신 임재화 변호사는 "대법관 증원으로 사건처리 속도는 일정 부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민사사건 등을 보다 전문적이고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대법관 1인당 사건처리 수가 많아 임기 6년을 채우면서 모두 '입원'한다고 할 정도로 업무량이 과중하다. 대법관 업무 부담이 일정 부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법관 증원의 순기능과 달리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언급됐다. 대법관의 경우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인데, 자칫 중립성과 다양성이 무너진 인적 구성 변화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임 변호사는 "통과된 법안 내용을 보면 매년 4명씩 3년간 총 12명을 늘리는 구조다. 최대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며 "증원 기간을 10~15년으로 늘려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나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 사건(소부·4인 대법관)과 달리, 중요 사건과 관련된 전원합의체(대법관 전원참여회의체) 판결의 통일성과 일관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급심 인력 구조 변화에 따른 1·2심 전문성 확보 또한 대법관 증원의 키포인트로 꼽힌다. 재판연구관 등 하급심 인력을 대법원에 충원할 시 생길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만 판례·법률 해석 등의 법적 전문성에 위해가 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고려대 차진아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통상 대법관 1명당 재판연구관이 약 8.4명 정도 필요하다. 이번에 증원되는 12명을 감안하면 100명가량의 법관이 대법원으로 이동하게 된다"며 "이들 재판연구관은 통상 15년 이상의 판사 경력을 가진, 그중에서도 가장 실력있다고 평가받는 인력들이다. 하급심 법원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던 인력이 한꺼번에 대법원으로 빠져나가면 1·2심 구조 체계가 자칫 부실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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