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예술단 특별기획 창작무용 '류화'는 대구 경상감영의 교방문화를 배경으로 뛰어난 여성 예인 '예기'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30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제2예련관 한국무용실에서 진행된 '류화' 연습 장면. 정수민기자
열 명의 예기(藝妓)가 바닥 위에 살포시 발을 얹는다. 시를 읊고 현을 뜯고 가락에 맞춰 움직이던 예인들은 찬란하게 빛나다 이내 사라진다. 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시립예술단의 특별기획 창작무용 '류화 流華'가 오는 12~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초연된다. 대구 경상감영의 교방문화에서 비롯된 기생문화를 뿌리로, 시·서·화·악·가·무(詩書畵樂歌舞)를 두루 익힌 여성 예인 '예기'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팀의 역량을 강화하고 유통 가능한 창·제작 레퍼토리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팀(10명)·대구시립무용단(10명)·객원 무용수(10명) 총 30인이 출연하는 대규모 무용 공연으로, 대구시립예술단 내 무용단끼리의 협업도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3월부터 기획에 들어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을 이어왔다.
대구시립예술단 특별기획 창작 무용 '류화' 연습 사진. 대구시립예술단 제공
작품은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팀의 여성 무용수 10인이 주축이다. 총 8장으로, 전반부까지는 예인의 탄생과 전성기, 여러 만남을 거쳐 홀로 남는 모습까지 그린다. 각양각색의 부채를 활용한 안무가 펼쳐지고, 동시대적인 발랄한 음악과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구성 등 한국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가 펼쳐진다.
대구시립예술단 특별기획 창작 무용 '류화' 연습 장면. 대구시립예술단 제공
후반부로 갈수록 한국무용의 흐름은 현대적 감각과 더욱 맞물린다. 그리움과 상실을 겪은 예기들은 서로 의지하며 한을 털어내는 신명을 보이고, 마지막 군무에서는 한국무용의 부드러운 곡선과 현대무용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맞부딪히며 볼거리를 선사한다. 서로 다른 움직임이 충돌하고, 예기들은 끝내 찬란한 빛이 되어 고요히 가라앉는다.
작품은 오늘날 기생의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고, 뛰어난 여성 예인으로서의 면모를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안무를 맡은 채한숙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 안무자는 "전통춤의 전승자이자 전수자로서 그 맥을 이어온 기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방문화를 낮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춤의 뿌리인 교방춤을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립예술단 특별기획 창작 무용 '류화' 연습 사진. 대구시립예술단 제공
안무의 핵심은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호흡과 디딤, 곡선 형태의 움직임 같은 전통춤의 요소다. 채 안무자는 "교방춤의 정서와 민속무용의 흥, 역동성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 움직임과 공간 구성을 더했다"며 "전통춤의 아름다움과 그 춤을 이어온 예인들의 예술정신이 모티브"라고 밝혔다.
이번 기획에는 지역과 수도권에서 활약 중인 우수한 창작진들이 합류했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안경모 연출가는 이야기의 극적 요소를 예기들이 가진 화려함과 대비되는 신분의 차이, 소유할 수 없는 삶의 조건에서 찾았다. 그는 "동시대적으로 해석하면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던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에게 힘이 돼주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무용과 조형·리듬이 돋보이는 현대무용의 시너지에 초점을 뒀다. 안 연출가는 "정서와 조형성, 두 지점을 잘 조율해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현대인은 마음속에서 풀지 못한 정서를 몸 밖으로 풀어내는 경험이 드물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나도 한껏 춤을 춰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길 바란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30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제2예련관 한국무용실에서 진행된 '류화' 연습 장면. 정수민기자
배효섭·윤혜진 협력안무와 엄선민 조안무는 한국무용을 현대적 감각으로 녹여내는 데 힘을 보탰다. 배 협력안무가는 "한국 전통춤의 기본 단위를 압축하려고 노력했다"며 "전통춤 특유의 호흡과 발의 디딤이 지닌 정서와 철학을 바탕으로 동작의 질감을 정했다. 기본 동작들조차 모자이크·콜라주 방식으로 조합하고 개인의 감각을 덧대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적으로 녹여낸 우리 소리도 안무를 돋보이게 만든다. 신창렬 음악감독은 정통 정악 '영산회상'을 재구성하고 '추풍감별곡' '닐리리야' '태평가' 등 경서도 민요에 펑크·일렉트릭 사운드를 엮어 국악을 세련되게 풀어냈다. 또한 김지원 의상디자이너, 윤형도 영상디자이너, 전주열 조명디자이너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공연 시각은 양일 오후 7시30분, 러닝타임은 75분.
대구시립예술단 특별기획 창작 무용 '류화' 포스터. 대구시립예술단 제공
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