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AI 전도사’ 송경창 포항TP 원장 “철강에 AI 입히고 전기 곁의 포항을 일으킨다”

  • 김기태
  • |
  • 입력 2026-11-07 14:04  |  발행일 2026-11-07
철강 공장에 AI를 입힌다
50년 기술이 포항의 무기
전기 가까운 곳에 AI 온다
소도시도 데이터센터 유치
시비 1원이 외부 2원 부른다
성장사다리로 청년 붙든다
지난 3일 포항시 남구 포항테크노파크 원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송경창 원장이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김기태기자

지난 3일 포항시 남구 포항테크노파크 원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송경창 원장이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김기태기자

포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철강은 오래 침체했다. 믿었던 2차전지도 숨을 고른다. 두 축이 동시에 휘청이니 걱정이 크다. 어려운 시기에 돌파구는 없을까. 포항시 부시장,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 경북경제진흥원장을 지내고 올해 2월 취임한 송경창 포항테크노파크(TP) 원장을 지난 3일 만났다. 철강 제조 기술과 숙련 인력이 있고 산업용 전기를 만드는 곳과도 가까운 포항이 AI로 어떻게 길을 열 수 있는지 들어봤다.


◆철강 공장에 AI를 입힌다


송 원장은 포항TP 원장으로 취임하며 가장 먼저 비전을 새로 세웠다. 공직 시절 가장 아쉬웠던 점이 정책이 현장에 닿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포항은 철강 침체에 2차전지 둔화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어렵다"며 "특정 산업에 기대 온 구조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비전은 'AI 기반 전환성장으로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혁신플랫폼'이다. 전환성장은 두 축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주력산업의 AI 전환이다. 송 원장은 "철강과 2차전지는 여전히 포항의 뿌리"라며 "버리지 않고 제조 현장에 AI를 입혀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산업 다변화다. AI·디지털, 그린바이오, 수소에너지로 포트폴리오를 넓혀 한 산업이 흔들려도 지역 경제가 같이 흔들리지 않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일하는 방식도 바꾼다. 기업이 공고를 보고 찾아오길 기다리지 않고 먼저 찾아가 어려움을 진단한다. 예비창업부터 중견기업 도약까지 이어지는 4단계 성장사다리도 놓는다. 평가 기준은 사업 건수가 아니라 기업의 매출과 고용, 투자유치다.


당장 급한 철강 기업 지원은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포항은 지난해 8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포항TP는 '지역산업위기대응 맞춤형 지원사업'에 선정돼 69억 원을 확보했다. 매년 철강 연관 기업 40여 곳을 돕는다. 대출 이자 일부를 대신 내주는 이차보전이 대표적이다. 시제품 제작과 판로 개척도 지원하고, 포항세관과 협약을 맺어 미국 관세 같은 수출 문제도 함께 푼다.


중장기로는 체질을 바꾼다. 공정 최적화와 설비 고장 예측, 품질 검사에 AI를 적용하는 실증을 지원한다. 산업AI 솔루션 실증·확산 사업(44억 원)이 여기에 속한다. 수소환원제철 시대가 오면 철강 공급망이 통째로 바뀌는 만큼 지역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그 흐름에 들어가도록 미리 준비시킨다. 송 원장은 "철강을 버리는 게 아니라 더 강하게 만들고, 그 기술로 새 산업에 진출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업들은 위기 지원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송 원장은 이를 인정했다. 그는 "지금은 융자를 해 주며 숨통을 틔워 주는 1단계"라고 했다. 다음 단계는 더 적극적인 사업이다. 포스코가 발표한 미래 사업 10가지를 길잡이로 철강 기업이 함께 연구개발에 나서 전환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송 원장은 "대기업인 포스코는 스스로 해내지만 중소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른다"며 "경북도와 함께 국비 사업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50년 기술이 포항의 무기


송 원장은 포항의 가장 큰 강점으로 '제조 기술'을 꼽았다. 포스코가 50년간 쌓아 온 기술과 숙련 인력이다. 그는 "포항에 사시는 분들은 잘 모르지만 엄청난 자산"이라고 말했다. 요즘 포항에 들어오는 투자도 대부분 여기서 파생된 것이라고 했다.


2차전지 공정은 철강과 닮았다. 원료를 확보해 제련하고 가공하는 흐름이 비슷하다. 그래핀 같은 신소재도 마찬가지다. 송 원장은 "서울대 교수가 그래핀 공장을 왜 포항에 지었겠느냐"고 되물었다. 공장을 만들 인력이 포항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표면을 균일하게 펴고 불량률을 낮추고 원료를 섞어 더 강하게 만드는 일은 철강에서 익힌 기술이다. 그는 "어느 도시도 못 가진 자산이고, 경북에서도 구미와 완전히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했다.


약점도 숨기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쪽 스타트업은 더 보강해야 하고 AI와 바이오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만 너무 강하면 그 자체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철강에 주는 의미도 설명했다. 송 원장은 "저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본다"며 일본의 한 철강 도시를 예로 들었다. 철강이 완전히 무너진 곳이다. 그는 "포항은 AI 덕분에 철강을 계속할 수 있을 것"리라고 했다. 숙련 인력이 줄어도 AI가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제품을 고급화하고 친환경 공정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해진다. 선진국 철강이 베트남이나 인도로 떠나는 때에 포항이 이를 지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얘기다.


송 원장은 날개가 둘 필요하다고 했다. 한쪽은 철강 제조 기술과 숙련 인력, 다른 한쪽은 스트라드비전 같은 딥테크 기업이다. 포스텍에서 출발해 포항TP에서 자란 스트라드비전은 올해 6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는 "기업을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늘 말한다"며 에코프로비엠도 포항TP에 처음 임시 사무실을 냈을 때는 아무도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돌아봤다.


송 원장은 포항의 강점으로 50년간 쌓인 철강 제조 기술과 숙련된 인력, 인근 지역에 다수의 전기 생산 시설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기태기자

송 원장은 포항의 강점으로 50년간 쌓인 철강 제조 기술과 숙련된 인력, 인근 지역에 다수의 전기 생산 시설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기태기자

◆전기 가까운 곳에 AI 온다


전기 이야기로 넘어가자 송 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전기 생산지와 가까운 곳에 싼 산업용 전기를 주면 지방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는 지적에 그는 '지산지소'라고 답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늘면 전기 수요가 폭발하고 전기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수도권은 공장을 지을 수 없는 구조"라며 "결국 지방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송 원장이 보는 포항은 데이터센터의 최적지다. 포항에는 발전소가 없지만 경북에는 전기가 풍부하다. 그는 "포항, 영덕, 경주, 울진을 묶어 '혁신기지'를 만들자는 게 제 구상"이라고 했다. 포항은 경북에서 가장 먼저 데이터센터를 착공했다. 구미도 최근 착공했지만 포항이 앞섰다. 송 원장은 "미래 산업에서 데이터센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며 "첫 데이터센터는 확보했으니 이제 활용이 숙제"라고 했다.


활용의 열쇠는 '컴퓨팅 파워'다. 송 원장은 지역이 기업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인책으로 이를 꼽았다. 인재는 서울이 더 끌어가지만 GPU는 지역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드비전이 포항에 남은 이유도 데이터센터다. 자율주행 영상은 데이터가 엄청나서 이를 학습시키려면 GPU가 필요하다. 로봇 학습도 마찬가지다. 포항TP에 본사를 둔 폴라리스3D가 그런 기업이다. 송 원장은 "자율주행이 한 단계 높아지려면 컴퓨팅 사양을 바꿔야 한다"며 최근 정부 측에 GPU를 빌려 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해법은 데이터센터 물량 일부를 지역용으로 돌리는 것이다. 지역 기업이 구독료를 내듯 싸게 빌려 쓰게 하고 지자체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송 원장은 "기업이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포항에서도 GPU를 쓰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쓰는 사람이 많아야 의미가 있다. 송 원장은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기업과 콘텐츠 기업, 1인 창업자가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바이브 코딩으로 혼자 창업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었다. 포스텍, 한동대 같은 지역 대학과 손잡고 활용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그가 2년 전 공직을 마치고 쓴 책에 담겨 있다. 오픈AI가 가는 길은 5단계다. 챗봇에서 시작해 지금은 에이전트까지 왔다. 다음은 사람과 컴퓨팅이 함께 신약이나 배터리 신소재를 개발하는 단계다. 그러려면 컴퓨팅이 필요하고, 컴퓨팅에는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가 많은 경북에 데이터센터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소도시도 데이터센터 유치


송 원장의 구상은 포항을 넘어 인근 소도시로도 번진다. 그가 예로 든 곳은 영양이다. 송 원장은 오도창 영양군수와 공직 생활을 함께했다. 그래서 영양에 양수발전 댐이 들어서는 만큼 그 옆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데이터센터는 열이 많이 나 냉각이 중요한데, 댐이 있으면 물을 쓰기 좋다. 영양 같은 곳은 일자리가 크게 늘지는 않겠지만 세금은 들어온다. 포항은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기업이 모이는 만큼 고용 효과가 크다. 송 원장은 "지역마다 맡을 몫이 다르다"고 말했다.


◆시비 1원이 외부 2원 부른다


포항시의회에서는 포항TP가 국비 공모사업을 많이 따내는 것을 두고 시비 부담과 재정 지속성을 우려한다. 송 원장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는 "포항TP는 영리 기관이 아니라 지역 기업의 성장을 돕는 공익 기관"이라며 "자체 수익만으로 운영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재원 구조는 이렇다. 포항TP 사업비는 약 1,789억 원이다. 이 가운데 시비는 578억 원으로 32%다. 나머지 1,211억 원은 국비, 도비, 민간 재원이다. 송 원장은 "시비 1원으로 외부 재원 약 2원을 끌어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은 인프라 구축(1,043억 원)과 기업 직접지원(669억 원)에 쓰이고, 기관 운영비는 77억 원으로 4% 수준이다.


앞으로는 공모사업을 더 보수적으로 고른다. 기준은 세 가지다. 지역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가. 시비 대비 국비·도비를 얼마나 확보하고 매출과 고용으로 이어지는가. 사업이 끝난 뒤 시설 운영비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 판단은 포항시와 사전에 협의한다.


자립 기반은 세 갈래로 다진다. 먼저 재원 다변화다. 포항TP는 산업부, 과기정통부, 기후부, 국토부, 농림부, 중기부, 해수부 등 7개 부처 사업을 수행 중이다. 송 원장은 "특정 부처 사업이 줄어도 충격이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이 폭을 계속 넓히겠다"고 했다. 다음은 장비와 시설 활용이다. 연구장비 공동이용률을 높이고 입주 공간은 비우지 않는다. 다만 임대료 인상은 기업 부담이 커서 신중히 접근한다. 마지막은 사업 종료 시점과 연계한 탄력적 인력 운영이다.


예산을 쓰는 방식도 바꾼다. 송 원장은 "센터를 짓는 일은 자제하겠다"며 "지어 놓으면 유지 관리비가 짐이 된다"고 했다. 대신 기업이 직접 혜택을 보는 사업에 힘을 싣는다. 그는 "요즘은 AI가 붙지 않으면 내려오는 예산이 거의 없다"며 올해 포항TP 신규 예산도 모두 AI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성장사다리로 청년 붙든다


기업이 포항에 오기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인재다. 송 원장은 사람부터 키우겠다고 했다. 포항TP는 2020년부터 지역 초·중등생 2만 464명에게 AI·SW 교육을 했다. 2030년까지 해마다 직업계고 학생 100명을 교육해 취업으로 잇는다. 포스텍, 한동대와는 입주기업이 교육과정 설계부터 참여하는 맞춤형 양성을 늘린다. 송 원장은 "교육이 곧 채용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며 "포항에서 배우고 일하고 창업하는 구조가 목표"라고 말했다.


기업이 자랄 길도 닦는다. 연구에서 창업, 스케일업, 중견 도약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다. 기업이 커져도 떠나지 않도록 체인지업그라운드, 그린바이오벤처캠퍼스,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제6벤처동 같은 공간도 늘린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2005년 입주기업 매출은 1천500억 원, 상주 인력은 185명이었다. 지금은 매출 약 2조 7천200억 원으로 18배, 인력은 1천510명으로 8배 늘었다. 산업연관 분석상 취업유발 효과는 약 1만 8천 명이다. 글로벌 기업 지멘스헬시니어스는 포항TP에서 85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분야별 사업도 속도가 붙었다. AI 분야에서는 체인지업그라운드에 AI·디지털 스타트업 50개사가 입주한다. 바이오는 올해 3월 동물용 그린바이오의약품 산업화 거점이 준공됐고, 내년 2월에는 그린바이오벤처캠퍼스가 준공될 예정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에 7개사가 1,492억 원을 투자했다. 2030년까지 30개사 유치가 목표다.


송 원장은 포항의 앞날을 낙관했다. 그는 "포항은 위기 때마다 길을 찾아온 도시"라고 했다. 철강이 그랬고, 철강이 어려울 때는 2차전지가 자리 잡았다. 다음 기회는 AI·로봇, 수소환원제철, 신소재, 그린바이오다. 가장 큰 위험은 전환의 속도다. 새 산업이 뿌리내리기 전에 인재와 기업이 떠나는 상황을 가장 걱정했다.


임기 중 꼭 해내고 싶은 일로는 지역 제조기업의 AI 전환을 꼽았다. 송 원장은 "포항의 중소 제조기업이 'AI가 우리 공장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고, 이를 지역 전체로 퍼뜨리겠다"고 했다. 포항TP가 어떤 기관으로 기억되길 바라느냐는 물음에는 "지역 기업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찾는 기관, 포항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기관"이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송 원장은 AI 공부 얘기를 다시 꺼냈다. "내 인생에 공부한 것 중에 이게 제일 잘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웃으며 덧붙였다. 기자도 'AI 전도사'가 되어 달라고.



기자 이미지

김기태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남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