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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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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응급의료센터에 이송 중인 환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닷새째인 24일 대구 중구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포토뉴스] 수술 마치고 이동 중인 의료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닷새째인 24일 대구 달서구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포토뉴스]의료원 현장 점검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경북 김천시 김천의료원을 찾아 진료공백 최소화를 위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근심·걱정 깨부수고 가세요"…서문시장 '정월대보름' 떡메치기 행사
23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 서문시장 서문 주차빌딩에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2024년 정월대보름 맞이 떡메치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흥겨운 노래에 지나가던 손님들도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순식간에 행사를 기다리는 인파로 가득 찼다. 신명 나는 장구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함성이 서문시장을 가득 메웠다.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을 하루 앞둔 이날 한강 이남 최대 전통시장인 대구 서문시장에서 상인과 시민들은 부럼 깨기, 떡메치기 등을 하며 한 해의 건강과 소원을 비는 시간을 가졌다.천성일 고고장구의 공연으로 시작한 행사는 박종호 서문시장 연합회 회장의 개회사와 함께 본격 막이 올랐다. 상인, 시민들은 땅콩 등 부스럼을 깨물며 올 한해 무사태평을 빌었다. 특히, 상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경기가 올해는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간절하게 내비쳤다. 서문 주차빌딩 1층에서 장사를 하는 김예린(여·57)씨는 "매년 경기가 안 좋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장사하는 사람들은 몸으로 느낀다"며 "오늘 행사를 통해 시장이 더 활기를 띠는 것 같아 좋다. 서문시장 전체가 1년 내내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서문시장 1지구 상인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한복을 입고 행사에 참여하는 등 한복을 홍보했다. 우아하고 화려한 한복 자태는 분위기를 한껏 띄워 놓았다. 서문시장 1지구 2층에서 한복을 판매하는 김부성(여·65)씨는 "서문시장 한복의 우수함과 우아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러 상인이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며 "최근 서문시장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올 한 해는 다 같이 풍요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말미엔 내빈들과 시민들이 함께 떡을 메치는 시간을 가졌다. 힘껏 메친 떡은 콩가루를 묻혀 여러 시민들의 품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얼굴에 근심·걱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박종호 서문시장연합회장은 "많은 분이 행사에 찾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지난해가 서문시장 100주년이었는데, 올해는 새로운 100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첫걸음이다. 모든 근심과 걱정을 떨쳐버리고 무사 안녕과 발전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23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연합회 정월대보름 맞이 떡메치기 행사에서 서문시장 연합회 관계자들이 떡메치기를 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포토뉴스] 정원대보름 맞이 떡메치기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23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연합회 정월대보름 맞이 떡메치기 행사에서 연합회 관계자들이 떡메치기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병목현상 시작된 대구 2차 병원…"장기화 땐 수용 불가 우려"
20일 오후 대구W병원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경북대병원. 수화기 너머로 경북대병원 측은 환자 2명을 받아 줄 수 있는 지 물었다. 여러 진료 여건을 고려한 W병원은 환자 1명을 받아 들였다. W병원으로 급히 이송된 환자는 곧바로 치료 후 입원할 수 있었다. 이 환자는 W병원의 적극적인 치료와 관심에 고마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역 경증 환자들이 2차 의료기관(병원급)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공의들의 업무 중단으로 대학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병원들은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밀려드는 환자를 수용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22일 대구 의료계에 따르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500병상 이상)인 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 파티마병원이 지난 19일부터 경증 환자 등을 가능하면 2차 의료기관으로 보내고 있다. 수련병원의 필수 인력인 전공의들이 대다수 병원을 떠남에 따라 입원 환자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22일에도 경북대병원 등 대학병원 앞에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환자들의 줄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2차 병원에서는 입원실이 포화 상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 한 종합병원은 20일부터 응급환자가 크게 늘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평소보다 환자들이 몰리면서 근무 교대 시간이 겹친 간호사들은 2시간 이상 늦게 퇴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병원에는 21일에만 4명의 환자가 옮겨왔다. 병원 관계자는 "며칠간 대학병원에서 보내오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지금은 환자 수용이 가능하지만, 더 몰리면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달서구 한 종합병원도 대학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요청하는 '전원 요청'이 평소보다 4~5건 더 늘었다. 병원 관계자는 "수·목요일은 환자가 많이 없는 편인데, 이번엔 상당수 있었다"며 "우리 병원은 1분 1초를 다투는 심혈관 질환을 주로 다뤄, 환자가 몰리면서 응급 수술에 지장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곽병원 등도 평소보다 환자가 증가했다. 곽병원 관계자는 "20일 밤부터 응급실이 바쁘게 운영됐고, 이후에도 중증 응급환자 위주로 밀려들고 있다"며 "추후 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병원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사흘째인 22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환자 이송 센터 직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전공의 집단행동 사흘째…의료대란 전임의·임상강사도 동참할까
대구 7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무더기 사직서를 내 이들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전임의와 임상 강사들도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들 마저 의료 현장을 떠난다면, 병원 의료 시스템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47곳 현장 점검·53곳 서면 보고)한 결과, 전공의 74.4%인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날 집계 때보다 459명이 늘었다. 대구지역은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대학병원 등 7개 수련병원 전공의 819명 중 736명(89.8%)이 사직서를 냈다. 병원별로는 △경북대병원 본원 193명 중 179명(92.7%) △계명대 동산병원 182명 중 173명(95%) △영남대병원 161명 중 130명(80.7%) △대구가톨릭대병원 122명 중 112명(91.8%)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81명(93.1%) △대구파티마병원 69명 중 57명(82.6%) △대구의료원 5명 중 4명(80%)이다.일선 전공의가 대거 빠져나간 빈자리는 전임의와 임상 강사 등이 채우고 있다.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인 전임의는 전공의와 함께 환자들을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핵심 의료인력이다. 하지만, 전국 82개 수련병원 전임의·임상강사는 최근 '정부 의료정책' 관련 성명을 통해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무시당하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 상황에서 의업을 이어갈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낮은 필수 의료 수가와 비정상적인 심사기준 등 의료계의 현실과 고령화·저출산으로 야기될 보건 현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의대 증원이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에 대구 의료계도 공감대를 형성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전임의들이 재계약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파열음이 나온다.최근 경북대병원을 퇴직한 개원의는 "전임의는 일반적으로 2월 말 계약 기간이 종료돼 재계약을 한다"며 "현 분위기로 봤을 땐 재계약률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의사는 "전공의와 전임의는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로, 매우 가깝게 지낸다"며 "동생들이 집단행동을 나서는데, 형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지 사흘째인 22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 횡단보도에 휠체어를 탄 환자가 빨간불 신호에 멈춰 서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포토뉴스] 전공의 사직서 제출 사흘째…빨간불 신호에 멈춘 환자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지 사흘째인 22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 횡단보도에 휠체어를 탄 환자가 빨간불 신호에 멈춰 서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환자 인터뷰] "수술 할 수 있을까요? 병원 연락만 기다리고 있어요"…대구 60대 환자 '한숨'
"그냥 병원 연락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상황이 괜찮아져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대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A씨는 원래대로라면 이번 주 초반 대구의 B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 오는 23일 심장 관련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하지만, 갑작스러운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의료현장에 혼란이 생기면서 A씨의 수술도 연기됐다.A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수술이 기약 없이 연기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그는 "지난 19일 오후에 간호사가 전화로 '환자분, 뉴스에 나온 상황(전공의 집단 사직)이 벌어질 수 있어 예정일에 수술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라며 "'그럼 언제 가능할 것 같냐'고 물으니 '정확하게 말 못 한다'고 했다. 그 후로 아직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1년 여전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던 A씨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수술을 기다려왔다. 평소 숨이 차서 계단을 잘 오르내리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 A씨는 "B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길래 일정을 잡고 기다리던 중이었다"며 "이제 수술을 받고 좀 나아지겠지, 더 악화 되지는 않겠지 기대하며 수술 날만 기다렸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겨 마음이 참 안 좋다. 왜 많고 많은 날 중에 내 수술일이 그때로 잡혀서 이런 일(연기)이 생겼는지 참 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숨이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수술이나 진료가 연기된 이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 중 하나가 '정보 부족'이라고 했다.A씨는 "지금은 병원마다 비상상황이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수술이나 진료가 연기된 환자들에게 좀 더 상세히 안내를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병원에 아는 사람도 없어 그냥 TV 뉴스만 보며 병원 상황을 짐작만 할 뿐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려야 할지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그는 이번 의료 현장의 혼란이 잠잠해진 후에도 또 다른 혼란이 걱정된다고도 했다.A씨는 "상황이 좀 나아진다고 해도 이번에 수술이나 진료가 미뤄졌던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병원에서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나보다 더 몸이 안 좋은 환자들은 어쩌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울 수는 있겠지만, 의사들도 다른 방법으로 의견을 표출해야지 이런 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A씨는 "평범한 한 시민이 지금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지 전하기 위해 용기 내 인터뷰를 한 것"이라며 "지금 다른 의료현장에서 고생하고 있을 우리 교수님(집도의)에게는 피해가 안 갔으면 한다. 하루 빨리 타협이 돼 환자들이 무사히 수술·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지 사흘째인 22일 대구 남구 한 대학병원 횡단보도에 휠체어를 탄 환자가 빨간불 신호에 대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대구의 60대 A씨가 한 병원으로부터 받은 수술 안내문에 수술일이 '2024년 2월 23일'로 적혀 있으나, 최근 기약없이 연기됐다.
[포토뉴스] 수술실로 복귀하는 대구 2차병원 의료진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지 이틀째인 21일 대구 중구 한 2차 병원 의료진이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수술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경북도 '의료공백 위기 총괄대응 본부' 가동 …전담 책임관 현장 투입
경북도가 비상 진료 대책 상황실을 '의료공백 위기 총괄대응 본부'로 격상하고 실국장급 간부를 도내 대형 병원 전담 책임관으로 지정해 현장에 투입한다.경북도는 전공의 사직·근무 중단, 의대생 동맹 휴학 등 의료공백 위기에 대비해 20일부터 11개 실국과 도 경찰청으로 구성된 '의료공백위기 총괄대응본부'을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기존 행정 부지사를 본부장으로 안정행정실 등 5개 실국으로 구성된 비상진료대책 상황실보다 규모 면에서 커졌다. 도내 비상상황 해제시 까지 도내 전공의 수련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실국장 책임관으로 지정하고 현장에 투입한다. 각 의료기관별로 임명된 책임관은 △비상대응체계 구축 여부 △비상진료상황 확인 △현장 의견수렴 및 애로사항 청취 등 현장 행정을 펼칠 계획이다. 현재 도와 시군에서는 24시간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해 지역응급의료기관(30개소)에서는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위해 응급실 전담의사 배치, 전문과목별 당직전문의를 지정·운영하는 등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계 집단행동이 현실화 될 경우 공공의료기관과 보건의료기관에서는 평일 2시간 연장근무, 토요일 정상근무, 환자 쏠림에 대비해 중증·응급·수술에 대비해 비상근무조를 별도로 운영하는 등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철우 도지사는"도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투입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지역 의료기관에는 "지금처럼 의료진이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및 지역인재전형 비율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대구경북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비율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오후 대구 경북대 병원 응급의료센터 모습. 영남일보DB
"혹시 진료 못 받을라"…병원 문 열기 전부터 대기자 몰려
"아이고, 답답합니다."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된 20일 오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원. 진료 중단 등 집단행동 여파를 걱정하고 업무 개시 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환자들은 검사 진료 접수증을 들고 시계를 번갈아 보며, 원무과 업무 시작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걱정을 뿌리치지 못한 한 환자는 자원봉사자를 향해 진료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진료는 계획대로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였다. 오전 7시30분쯤 원무과 업무가 시작됐다. 종종 "교수님 만날 수 있는가" "오늘 검사 받을 수 있는가"라고 묻는 환자의 질문에 원무과 창구에서는 "들어오는 대로 처리하고 있다. 저희도 잘 모른다"고 했다.경북 성주에서 온 60대 박모씨는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원무과에서 진료 접수해 줬다"며 "곧 수술도 받아야 하는데, 그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대구 남구에서 가족과 함께 온 70대 김모씨도 "오전 10시20분 진료를 예약했는데, 20분 정도 늦게 진료를 받았다"며 "하루빨리 이 사태가 잘 마무리돼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경북대병원 본원 접수실 대기자는 △외래(접수·수납·검사예약) 28명 △초진 7명 △입원 수속(입·퇴원 제증명)△퇴원 수납 6명 등으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층 원무과 앞에서 만난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아직은 큰 무리 없이 정상적인 진료가 진행되고 있다"며 "병원에서 비상상황실을 운영 중인 만큼, 당분간은 차분한 진료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영남대병원도 오전 7시30분부터 파업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접수처에 모이기 시작했다. 정식 접수 시간을 30분 앞둔 8시부터 접수 대기 환자 수가 25명을 넘어섰다. 채혈 접수처에는 이미 40여 명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녹내장 수술을 받고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차모(여·60)씨는 "진료를 받지 못할까 봐 일찍 왔다. 담당 의사가 출장 중이라고 해서 직접 진료를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는 더 많은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들은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더 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암센터에서는 오전 진료를 받는데 최소 2시간 30분 이상 대기시간이 걸렸다. 정모(67)씨는 "오늘따라 대기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9시부터 기다렸는데 대기인원을 보니 오전 내로 못 받을 것 같다"며 "간 수치가 높다고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혹시 암에 걸렸을까 봐 걱정이 된다. 만약에 암에 걸렸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도 받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아이가 발열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다는 정모(36)씨는 "아직은 다행히 별 이상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진료를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20일 대구 중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전공의 업무중단] 대구서도 일부 환자들 수술·진료 일정 혼선 감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행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대구에서도 일부 환자들이 수술이나 진료 일정에서 혼선을 겪고 있다.의료공백이 현실화 된 것 아닌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2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에 거주하는 80대 A씨의 수술 일정이 당초 예정됐던 것보다 사흘가량 미뤄졌다. A씨는 당초 이날 대구의 B종합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A씨 자녀는 "원래대로라면 오늘 무릎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지난주에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전공의 사직'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수술을 일주일 정도 연기하자고 했다"며 "그런데 어제(19일) 다시 전화로 이번 주 후반에 수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어머니는 며칠 만 수술 연기가 됐고, 중증질환으로 인한 수술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인데, 큰 병 수술을 앞둔 환자와 보호자들은 지금 정말 애가 탈 것 같다"고 말했다.B병원 관계자는 "환자 개개인별로 일정이 변경된 이유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병원에서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각 진료과별로 일부 스케줄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이 있는 한 환자도 이번 주 후반에 대구 C종합병원을 내원해 검사 결과를 보고 의사와 상담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환자의 보호자는 "어제 오후 병원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병원 방문 일정을 좀 앞당겨 오늘 병원에 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라며 "전공의 집단 행동의 여파인지 아닌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요즘 병원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 환자의 다음 내원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지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C병원 관계자는 "일정 조정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 할 것에 대비하는 일부 진료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이번 주 예정돼 있던 수술이 연기됐다는 60대 대구시민은 "원래 대구 한 대학병원에 오늘 입원해 23일에 심장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어제 병원 측으로부터 '수술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입원이랑 수술받을 준비를 다 해놨는데 당황스럽다. 빨리 문제(의료계 집단행동)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20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포토뉴스] 접수 창구에서 대기하는 환자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20일 대구 중구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포토뉴스] 의대 증원시 합격 가능성에 대한 설명듣는 학부모들
DGB대구은행과 송원학원 주최로 17일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2025학년도 대학입시 성공전략 설명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의대 모집 정원 확대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듣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정부, 대학 "2025학년도부터 의대 증원 속도"
"20일까지 전공의 복귀해야"…전문의 취득 늦어질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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