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빠진 野人열전 .2] 삼성 기록 분석원 허삼영 과장

  • 임훈 황인무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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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6-22   |  발행일 2012-06-22 제20면   |  수정 2012-06-22
“8개구단 선수가 손바닥 안에”
1991년 투수로 삼성 입단
허리 다치며 분석원 전향
상대 장·단점 분석 주업무
20120622
지난 14일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한화와 홈경기를 앞두고 삼성라이온즈 기록 분석원 허삼영씨가 스피드건을 테스트하고 있다. 황인무 인턴기자 him7942@yeongnam.com

흔히 야구를 ‘기록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 기록을 넘어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승리에 힘을 보태는 기록 분석원의 존재는 상당수 야구팬들도 잘 알지 못한다. 삼성 라이온즈에도 7명의 기록 분석원이 있고, 이들 중에서도 냉철한 분석력으로 젊은 사자들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한 남자가 있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기록 분석원 허삼영 과장(41). 1996년 이후 16년째 프로야구 삼성이 치른 매 경기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1991년 대구 상원고를 졸업하고 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던 허 과장은 촉망받는 투수였다. 당시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의 아들로 불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던 허 과장이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허리부상은 그를 기록 분석원의 세계로 이끌었다. 타구단에서 야구를 계속하자는 제의도 있었지만 삼성의 일원이기를 원했던 허 과장에게 기록 분석원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됐고 곧 기록 분석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선수 출신으로 타 선수의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기록분석 업무에 자부심이 생기면서 부정적인 생각들도 금세 달아났다.

현재의 허 과장에게 기록분석은 상대팀과의 경기만큼 중요한 일이다. 상대팀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승리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상대방 타자들이 어떤 볼을 노리는지, 상대 투수들의 볼배합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등 기록적인 부분도 있지만 심리적인 요소까지 정리돼야 완벽한 기록분석이라고 본다. 8개 구단 선수의 개인 성향이나 버릇까지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 선수의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해야 훌륭한 기록분석이라는 주장이다.

허 과장은 “팀이 연전연승할 경우 그 바탕에는 선수들과의 교감이 있다”며 “상대 투수·타자의 볼배합이나 타구 방향 분석 등이 제대로 적중했을 때 그 교감은 극대화되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허 과장이 지금껏 겪은 선수 중 최고의 교감을 유지했던 선수는 일본 진출 전의 이승엽이라고 평했다. 허 과장은 “이승엽은 선구안이 좋은 데다 상대 투수의 약점을 지적해 주면 스펀지처럼 받아들인다. 투수 중에는 배영수가 이해도가 높다”며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점은 선수들이 기록분석을 잘 신뢰하지 않거나, 분석을 잘못해 팀 패배로 이어졌을 때다. 허 과장은 “시즌 초반에는 성적 부진으로 탈모까지 겪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기록 분석원의 역량에 따라 시즌 중 4~5승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허 과장은 “기록 분석의 기본은 빠른 분석과 냉정함이다. 타구단 기록 분석팀의 견제가 심하지만 삼성의 승리를 위해 머리를 싸맬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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